구름이 조금씩 걷히는 걸까?
약을 먹기 시작한 지도 벌써 3주가 됐다..
일상은 평화로웠다.
특별한 일없이 그저 지나갔다.
행복했다.
중간중간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해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기분이 다운되지는 않았다.
아마도 약의 효과일 것이다.
선생님과의 두 번째 만남에선 특별한 상담은 없었다.
여전히 힘을 내게 해주시는 말들과 상태 체크 정도였다.
선생님은 약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고, 나에게 잘 맞아서 쭉 이대로 한 동안 지내도 된다고 했다.
그러곤 나는 궁금해했던 질문 두 가지를 했다.
첫 번째는
"선생님 제가 생리가 늦어지는데 혹시 약 호르몬 때문에 그런 걸까요??"
"대부분 환자들이 정신과 약이 호르몬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다릅니다. 물론 호르몬을 쓸 때도 있지만 그 경우는 특별한 병명이 있을 때 사용하고
정신과 약은 신경전달물질약물로 호르몬 약과는 전혀 다른 약입니다.^^"
두 번째는
"선생님 제가 만성우울증이라고 하셨잖아요. 1년 정도 약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약을 먹는다고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데 나을 수 있을까요?"
제일 궁금했고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선생님은 또 한 번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환자분의 원인은 지금 현재 해결할 수 없어요. 환자분은 어릴 때부터 공허감과 우울증을 갖고 살아왔어요.
아마 원인은 청소년 시절 가족의 불화, 부재 등 환경에 의해서 일어났어요.
하지만 이 부분은 시간을 돌릴 수 없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약이 필요한 거예요.
계속 그렇게 살다 보면 뇌에서 규칙적이게 움직였던 기차가 탈선을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현재
뇌 안이 어지럽혀 있어요. 이걸 바로 잡기 위해 약물을 통해 치료를 하고 있는 거예요.
1년 정도 유지하면 약을 먹지 않아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물론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 전보다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어요.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전문적인 용어 설명과 예시를 들어가며 정성스러운 답변을 받은 나는 신뢰감이 더 올라갔고, 머리로 이해가 되니 마음으로도 이해가 되는 듯했다.
그러곤 마지막으로 말을 이어갔다.
"환자분 약을 다 먹지 않더라도, 몸의 이상이나 너무 힘이 들 땐, 언제든 오시면 도움을 주니까 오는데 겁내지 말고 바로 연락해 주세요."
따뜻한 눈빛과 진심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어주겠다는 말투였다.
그렇게 진료와 3주분 약을 받고 두 번째 방문이 끝이 났다.
아마도 이제 계속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꾸준히 지금과 같은 약물치료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상담이 없어도 지금 현재 많이 괜찮아진 내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드디어 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