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Nov 11. 2022

강릉에 가고 싶다

친정어머니가 사시던 곳

감자꽃


은은한 커피 향이 남다른 강원도 강릉시. 그중에도 카페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은 발이 닿는 어디든 향긋한 커피 한 잔에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바다 풍경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정동진과 야경이 아름다운 경포대는 대표 여행 코스! 구름도 머물다 간다는 해발 1,100m에 위치한 강릉 안반데기 마을은 전망대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배추밭이 붉게 물드는 일출 전경이 일품이다.
-네이버에서 찾은 강릉 이야기이다.     

나는 강원도 명주군 성산면에서 태어났다. 1995년 명주군이 강릉시로 통합되면서 강릉시가 아주 넓어졌다. 주문진도 강릉에 포함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여고 3학년까지 강릉에서 학교를 다녔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강릉은 4계절 모두 아름다운 고장이다. 봄에는 경포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벚꽃 길이 아름답고, 여름은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푸른 바다를 보며 휴가를 즐기려고 경포해수욕장을 찾는다. 가을에는 경포호 둘레길을 산책하고 송정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사잇길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맡는 짭짜름한 바다 내음이 너무 정겹다. 겨울에는 꽁꽁 언 경포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먹던 어묵이랑 호떡이 너무 그립고, 흰 눈이 쌓인 경포 해변 길을 걸으면 푸른 바다와 흰 눈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오래도록 흰 눈에 발자국을 남겼다.      


난 오죽헌 옆에 있는 경포초등학교 졸업생이다. 엄마도 이모도 모두 경포초등학교 선배다. 6학년 때 우리 반 친구 중에 오죽헌에서 사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사정이 있으셔서 외삼촌 댁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외삼촌은 이율곡 선생님 후손으로 오죽헌 안채에서 생활하셨다. 오죽헌 몽룡실 앞에서 놀기도 하였고 앞마당에서 고무줄놀이 등을 하며 놀았다. 지금은 오죽헌이 리모델링되어 새로 잘 정비되어 있는데 옛 건물이 더 정겨웠 것 같다. 몇 년 전에 작은아들 내외와 둥이를 데리고 오죽헌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초등학교 시절 즐겁게 뛰어놀았던 오죽헌이 너무 그리웠다.     


또 다른 추억은 외갓집은 전주 이 씨 효령대군 후손 이내번의 후손이 관리하는 선교장 바로 옆에 있었다. 외갓집은 초가집이었고 양쪽 옆으로 친구 둘이 살았는데 친구네 집도 초가집이었다. 우리 세 명은 친하다가도 싸우고, 또 화해하며 그렇게 지냈는데 지금은 모두 잘 만나지 못하고 있다. 선교장 입구에 있는 활래정은 연꽃이 가득 심어있는 인공연못에 세워진 정자로 가장자리에는 배롱나무가 있어 우린 배롱나무에 올라가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였다. 선교장 안채에는 할머니가 혼자 생활하고 계셔서 우린 가끔 가서 말동무도 해드리고 옛날이야기도 듣곤 하였다. 그런데 그 시절 선교장에서 나오다 보면 댓돌에 구렁이가 앉아 있기도 해서 깜짝 놀란 적도 많았다. 지금은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모네 집과 친구네 집도 헐리어 박물관이 지어져 갈 때마다 너무 아쉽다.     


대학에 입학하며 그 후로 쭈욱 서울과 인천에서 살았지만 난 늘 강릉이 그립다. 대학생 때와 교사였을 때 내가 강릉에 가면 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초당에 있는 순두부집에 가셔서 봉지에 두부와 순두부를 사 오셨다. 초당 순두부는 지금도 유명한 강릉 음식이다. 정말 자상하셨던 친정아버지가 오늘 따라 많이 보고 싶다. 테라로사가 있는 구정면에는 고모님 댁이 있어 가끔 다녀왔었고 안목 해수욕장도 가끔 가긴 했지만 예전에는 강릉이 커피의 고장이라는 것도 잘 몰랐다. 나보다 관광객들이 강릉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강릉에 대한 추억은 너무 많아 방송에서 강릉이나 경포대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금도 친정집이 강릉에 있어서 우린 여름휴가 때는 꼭 강릉으로 휴가를 간다. 휴가를 가면 바다에 가는데 경포해수욕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조금 떨어진 사근진 해수욕장이나 남해 2리 해수욕장으로 간다. 그곳은 바다도 깊지 않고 사람도 덜 붐비어 아이들과 놀기 좋은 곳이다. 해수욕장에서 가끔 조개도 캐고 튜브를 타며 여름 바다를 즐기곤 한다.      


대학 시절 방학에 강릉에 가면 친구들과 꼭 가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주문진 항구이다. 수산물 공판장을 지나 등대가 있는 곳까지 방파제로 되어 있어 걸어가면서 바다를 느낄 수가 있다. 나는 왜 이곳이 좋은지 모르겠다. 그냥 학교 다닐 때 자주 왔던 곳이라 추억이 묻어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길도 많이 달라졌지만 강릉 중앙시장은 그대로 인 것 같다. 중앙시장에 가면 우린 문어를 파는 가게에 먼저 간다. 그냥 좌판처럼 되어 있는 자리에 살아있는 문어가 쭈욱 놓여 있다. 1킬로부터 다양한 크기의 문어가 있는데 몇 킬로그램인지만 말하면 사장님께서 골라서 그 자리에서 직접 삶아 주신다. 썰어 달라고 하면 썰어서 스치로풀 박스에 넣어주시는데 사장님은 집에서 써는 게 더 맛있다고 집에 가서 먹을 때 썰어 먹으라고 권유한다. 가끔 시부모님 기일이나 아들 생일일 때 문어가 생각나면 택배로 주문해서 먹기도 한다. 정말 서울에서 사 먹는 문어와는 너무 달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이렇게 강릉은 나에게 그리운 고향이다. 친정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친정어머니도 노인성 치매로 우리 집에 올라와 계시지만 친정집은 그냥 비워두고 있다. 홍천에 사는 동생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서 집을 돌보고 있다. 집을 팔아도 되지만 우리 남매는 강릉에 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되어 당분간 그냥 두고 시간 있을 때마다 가보기로 하였다. 가끔 어머니 모시고 가면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작년까지 사시던 곳  나의 고향이기도 한 강릉에 가고 싶다.

이전 03화 친정엄마가 장기요양급여 4등급을 받으셨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