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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22. 2022

다섯 살 손자가 좋아하는 볶음밥과 주먹밥

"할머니, 지우 연우 왔어요."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어찌 이리 애교가 많을까.


주말에 손자를 돌본 지 4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손자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 먹는지 훤히 잘 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작은 아들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왔다. 지난주는 우리가 고향에 다녀오느라 2주 만에 온 거다. 요즈음은 서로 일이 있을 때는 못 오기 때문에 거의 2주에 한 번 정도 오는 것 같다.


요즘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변덕이 심해서 인지 둘 다 기침을 하고 목도 조금 부어서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했다. 배가 홀쭉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원아들이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하더니 둥이도 코감기가 자주 걸렸다. 코감기가 걸리면 소아과에 가서 처방한 약을 먹는데 1주일 정도 지나야 낫는 것 같다. 아이들이 아프면 아이도 힘들지만 부모도 힘들다. 이번에는 기침도 하고 목도 부어서 이비인후과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고 했다.


감기에 걸리긴 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컨디션이 아주 나쁜 것 같진 않다. 오자마자 트램펄린에 올라가서 다. 우리 집 둥이는 여름에도 '루돌프 사슴코'를 틀어주면 반사적으로 트램펄린에서 널뛰기하듯 번갈아 머리로 하늘을 찌르듯 높이높이 뛰어오른다. 누가 더 높이 뛰나 내기라도 하듯 잘도 뛴다. 이럴 땐 둘이라 더 좋다.


목이 조금 부어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해서 뭘 해서 먹일까 고민하다가 둥이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볶음밥에는 여러 가지 야채와 소고기가 들어가니 영양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반찬과의 전쟁도 없어 먹이기도 편하다.


(볶음밥 레시피)

1. 볶음밥에 들어갈 야채로 감자 1개, 당근과 호박 조금, 오늘은 처음으로 양파를 조금 넣어 보았다.

2. 고기는 한우로 150~200그램을 준비한다(정육점에서 만 원어치 정도 갈아 달라고 한다).

3. 들어갈 양념은 아주 간단하다. 올리브 오일, 굴소스, 참기름, 소금이다. 일반 식용유로 해도 되지만 손자에게 먹일 음식은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어 꼭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다.

볶음밥 재료와 양념

4. 야채는 적당히 썰어서 다지기로 다진다. 요즈음 마트에 가면 각종 야채를 잘게 다져놓은 냉동 야채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꼭 싱싱한 야채를 직접 썰어서 사용한다. 귀한 손주 먹일 거니까.



5. 이제 볶을 차례다. 웍에 올리브 오일 2T를 넣고 소고기 다짐육을 볶아준다. 반 정도 익으면 야채 다진 것을 넣고 볶다가 굴소스 1/2T, 소금 두 꼬짐을 고 볶다가 참기름 1T를 넣고 볶아준다.
6. 밥은 세 공기를 준비한다. 가득 보다 조금 적게 준비한다.

7. 볶은 야채와 밥을 넣고 잘 볶아준다. 밥이 뭉치지 않도록 골고루 뒤집으며 볶아준다.


8. 이제 이유식 통에 담아둔다. 이유식 통으로 네 통이 나온다. 우리 집은 손자가 쌍둥이라 눌러서 가득 담지만 혼자 먹을 때는 1인분을 담아놓으면 될 것 같다. 통이 쌍둥이 한 끼 분량이다. 

9. 매끼마다 볶음밥을 만들기는 어려워 항상 네 통 정도 만들어서 식으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때 데운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데우면 따뜻하게 데워진다.


(볶음밥 활용하기)

1. 아침에는 주로 만든 볶음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준다. 볶음밥에 멸치 볶은 것과 시금치나물을 잘라서 넣어주고 김띠를 둘러준다. 김띠를 해주면 포크로 먹을 때 주먹밥이 부서지지 않는다. 주먹밥에 충분한 영양이 다 들어 있어서 밥맛 없어할 때 좋다. 

쌍둥이 손자 한끼 주먹밥(1인당 10~12개)

2.  다음으로 볶음밥에 카레나 짜장을 넣고 비벼준다. 그냥 간편하게 3분 카레나 3분 짜장을 사서 비벼서 약간의 반찬과 함께 차려준다. 우리 집 둥이가 짜장과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먹는다.

3. 그냥 볶음밥과 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둥이는 메추리알 조림을 좋아해서 메추리 알 조림과 잘 먹는다.



2박 3일 동안 둥이가 잘 놀다 갔다. 우리 집에서 기침도 많이 하지 않고 목도 많이 좋아지고 밥도 잘 먹었다. 약도 하루 세 번 꼭 먹였고 방과 거실에 가습기도 틀어주고 난방도 약하게 틀어 놓았다. 아침과 저녁은 밥을 먹이고 중간에 어린이 치즈를 간식으로 먹였다.

점심은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에 구워서 으깬 후에 플레인 요플레에 섞여서 먹인다. 그 이름 '고구마 요플레'이다. 유산균 대신 먹이는데 배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고구마 요풀레

손자는 과자도, 초콜릿도, 탄산음료도 안 먹는다. 먹이려고 해도 절대 안 먹는다. 그나마 치즈와 고구마 요플레는 잘 먹는다. 둘째는 바나나 등 과일을 조금 먹지만 큰 손자는 과일도 안 먹어 밥이 전부이다. 다른 집은 과자나 사탕 등을 먹지 못하게 하는데 우리 집은 억지로 먹이려고 시도해도 안 먹는다. 잘 먹어야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어날 텐데 편식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된다.


둥이 손자와 이번 주말도 잘 보냈다. 손자가 오면 몸은 조금 힘들지만 마음은 늘 행복하다. 이렇게 글감도 물어다 주고 웃음도 주어 늘 손자 올 때를 기다린다. 이번 주는 토요일에 날씨가 좋아서 집 근처 근린공원에 바람 쐬러 잠시 다녀오고 집에서만 보냈다. 지난주는 감기 때문에 유치원도 며칠 결석했다고 한다.  먹고 감기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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