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주말이다. 요즘 일주일이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바쁜 것도 아닌데 월요일인가 싶으면 벌써 목요일, 다음 날이 주말이다. 누군가가 인생의 속도는 나이 곱하기 2라고 하더니 나의 세월은 120킬로가 넘게 숨차게 달리는가 보다.
이번 주말은 월요일까지 3일을 쉬는 연휴이다.
나는 휴일이 특별한 날이 아니지만 달력에 빨간 글씨가 많으면 아직도 너무 좋다. 퇴직이 아직 완전하게 내 것이 안된 걸까. 짝꿍과 이번 주말에는 옷 정리와 대청소를 하고 10월 3일 개천절에는 강화도 교동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교동도는 방송에서도 본 적이 있어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며칠 전 브런치에 올라온 트래비 매거진의 교동도 글을 보는 순간 공유하여 짝꿍 톡으로 보냈다. 갑자기 보낸 공유 글이 의아했던지 짝꿍이
"이거 왜 보냈어?"
"이번 주말이 연휴인데 교동도 가면 어떨까 해서요."
"엄청 밀릴 텐데......"
짝꿍은 차 밀리는 것을 못 참는다. 사람 많은 곳도 싫어해서 예전에 강화도에 가다가 돌아온 적도 있다. 퇴직 기념으로 다녀오자고 했더니 알았다 한다. 개천절에 교동도에 갈 기대감으로 너무 신나게 주말을 보냈다.
주말에 계획한 대로 옷 정리와 대청소를 하였다. 여름옷 중에서 내년에 안 입을 것 같은 옷은 과감하게 따로 박스에 담아 놓았다. 깨끗한 것만 골라서 주일날 교회 아나바다 예향 뜰에 가져가려고 한다. 구피 어항 물도 갈아주고 둥이 범보 침대 모기장도 걷고 온열 텐트로 바꾸어 주었다. 물론 짝꿍이 다했다. 나는 일을 빨리하는 대신 꼼꼼하지 못해 어떤 때는 일을 하고도 잔소리를 듣는다. 짝꿍은 정말 꼼꼼하고 빈틈없이 일을 한다. 자주 하면 좋겠지만 마음이 내켜야 하는 성격이라 그게 조금 아쉽다. 발코니에 쌓아두었던 안 쓰는 물건도 정리하고 바닥 물걸레질도 하고 나니 힘은 좀 들었지만 너무 상쾌하다.
수고한 짝꿍을 위해 요리 교과서에서 꺼낸 '돼지고기 김치찜'을 해 주려고 아파트 입구에 있는 단골 정육점에 가서 김치찜에 넣을 목살 2근을 사 왔다. 처음에는 삼겹살로 만들어 보았는데 조금 기름져서 느끼했다. 그다음에는 기름이 없는 앞다리살로 만들었는데 너무 뻑뻑하였다. 이번에는 목살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시는 분은 삼겹살로, 조금 뻑뻑하지만 담백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은 가격도 저렴한 뒷다리살이나 앞다리살로 하면 될 것 같다.
작년 12월에 담근 묵은지가 김치냉장고에 네 통이나 있어서 김치 부자이다. 묵은지로 끓인 참치 김치찌개, 두부 김치, 설탕 조금 넣고 들기름으로 달달하게 볶은 묵은지 김치볶음 등 다양한 반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요리 교과서를 보고 돼지고기 김치찜에 도전해 보았다. 내 요리 교과서에는 여러 가지 요리가 들어있지만 오늘 땀을 많이 흘린 만큼 매콤한 요리가 좋을 것 같아 꺼내보았다. 세 번째로 자신 있게 도전해 보는 요리라 오늘도 꼭 성공하고 싶다.
(돼지고기 김치찜 레시피)
<재료 준비>
1. 묵은지 배추김치 2 포기 : 머리만 자르고 통으로 준비한다.
2. 목살 2근 : 수육 할 때처럼 조금 두껍게 잘라온다.
3. 양파 반 개, 청양고추 2~3개, 썰은 대파, 마늘 다진 것 넉넉히 2~3 T(우리 집은 마늘 다진 것과 대파 썰은 것, 청양 고추 썰은 것은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요리할 때 늘 사용함)
4. 들어갈 양념 : 고춧가루 2T, 간장 1T, 만능간장 1T, 새우젓 1T , 설탕 2T, 그리고 된장 1T(많이 넣지 않음)
*새우젓은 김장하고 남은 것을 냉동실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서 씀
<만드는 법>
1. 조금 두꺼운 냄비에 묵은지 한 포기를 바닥에 깐다.
2. 그 위에 목살을 올리고 위에 남은 묵은지 한 포기를 덮는다.
3. 썰어놓은 양파와 청양고추, 파를 위에 올리고 잘 섞은 양념을 골고루 넣어준다(고춧가루 주문할 때 함께 보내온 빨간 건고추가 있어 2개를 넣어 보았음).
4. 물 1리터를 재료가 약간 잠 길듯 말듯하게 부어주고 뚜껑을 닫는다(쌀뜨물을 넣으면 좋지만 없으면 생수를 넣는다. 쌀뜨물은 쌀 씻을 때 나오는 물을 사용하지만 갑자기 필요할 때는 물에 찹쌀가루를 1, 2 스푼 넣고 잘 저어서 사용해도 됨).
5. 처음에 센 불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조금 두었다가 약불로 줄여 약 1시간 정도 푹 끓여준다. 김치가 푹 익어야 맛있다.
6. 이제 기다리면 맛있는 김치찜이 완성된다.
우린 큰 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올려놓고 가위로 고기와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앞접시에 올려서 밥과 함께 먹는다.
김치찜은 누가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다. 매콤한 음식이 당길 때면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다. 여러 사람이 모일 때 단품요리로 만들면 많은 반찬 없이도 한 끼는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목살로 만든 김치찜은 기름진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다음에는 등갈비를 넣거나 묵은지 닭볶음탕도 만들어 보고 싶다.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오늘 땀 흘리고 일한 후에 먹어서 그런지 너무 꿀맛이다. 요즘 소식하는 나지만 오늘은 몸무게 생각하지 않고 오랜만에 정말 배불리 먹었다. 짝꿍도 너무 맛있다고 요리 솜씨가 점점 는다고 칭찬해 주었다. 오늘 저녁은 50만 원짜리 요리라고 한다. 짝꿍은 가끔 맛있게 먹은 날이면 오늘 저녁은 30만 원짜리, 40만 원짜리 등으로 칭찬해 주어 저녁식사를 웃음으로 행복하게 마무리하게 해 준다.
당연히 저녁 식사 후엔 함께 정리한다. 남은 반찬은 짝꿍이 냉장고에 정리하고 나는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하는 동안 짝꿍은 식탁을 닦고 가스레인지도 닦아주며 돕는다. 둘이 함께 정리하니 식사 후 뒷정리도 금방 끝난다.
오늘은 배가 너무 불러 설거지한 후에 아파트라도 몇 바퀴 걷고 와야겠다. 오늘 잘하는 요리가 하나 더 늘어 행복이 또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