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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y 20. 2024

남편이 세 번 만에 완성한 숙주나물 차돌박이 볶음

남편이 요리하면 집안 분위기가 바뀐다

숙주나물 차돌 볶음


남편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TV에서도 요리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 TV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마음에 드는 요리는 꼭 해본다. 그것도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리를 한다. 우리 집에서는 남편을 서 세프라고 불러준다.


지난주 주말에 퇴근하면서 남편이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봐 왔다. 봉투에는 숙주나물 한 봉지와 차돌박이, 청양고추 등이 들어 있었다. 차돌박이는 늘 구워서 먹었는데 오늘은 맛있는 요리를 해 준다고 했다. 새로운 요리를 생각해 두었다고 기대하라고 했다. 어떤 요리일까 기대하며 냉장고에서 김치 등 밑반찬을 꺼내서 저녁상을 차렸다.


내가 상을 차리는 동안 남편은 프라이팬을 꺼내 뚝딱 요리를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근사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일명 '숙주나물 차돌 볶음'이다. 먹어보라고 해서 한  먹는 순간 너무 매웠다. 매콤하게 만든다고 청양고추를 너무 많이 넣은 모양이다. 매웠지만 숙주나물의 아삭한 맛과 부드러운 차돌박이가 잘 어울렸다.



남은 차돌박이는 된장찌개에 넣어서 다음 날 먹었다. 남편이 음식점에서 먹어본 차돌 된장찌개를 흉내 낸 것이다. 된장에 고춧가루를 넣고 감자와 호박, 양파, 표고버섯, 청양고추를 넣고 끓이다가 두부를 넣고, 마지막에 남은 차돌박이를 넣었는데 구수한 맛이 나며 맛있었다. 차돌 된장찌개와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그냥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끓여야 맛있다. 우리 집은 전기 레인지를 사용해서 뚝배기에 찌개를 끓일 때는 휴대용 버너를 사용한다. 전기 레인지는 자석이 붙는 그릇만 이용할 수 있다. 전기 레인지가 안 되는 용기가 있어서 이럴 때는 가끔 불편하다.


이번 주 월요일에 남편은 동해로 출장을 다녀왔다. 서울역에서 내려 공항철도를 갈아타고 오며 '뭐, 사 갈 것 없냐.'며 카톡을 보냈다. 지난번에 된장찌개를 끓이고 남은 채소가 있어서 된장찌개 끓이게 찌개 두부 하나만 사 오라고 했다. 밥을 하고 된장찌개를 이고 있는데 남편이 도착했다.


두부만 사 올 줄 알았는데 차돌박이와 숙주나물을 또 사 왔다. 지난번 요리가 내심 아쉬웠던 모양이다. 두 번째 숙주나물 차돌 볶음을 하였다. 이번에는 매운맛은 잘 조절했는데 숙주나물을 너무 많이 익혔고 조금  듯하였다. 그런대로 맛있었지만 약간 아쉬운 맛이었다. 역시 내가 끓인 된장찌개는 오늘도 완벽했다.


이제 세 번째 도전이다. 소위 삼세 번이다. 남편은 오늘 기필코 완벽한 숙주나물 차돌 볶음을 완성하리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남편 퇴근길에 차돌박이와 숙주나물, 양송이버섯을 사 왔다. 마침 낮에 약밥을 만들었기에 나눠 주려고 시누이네를 불렀다. 남편이 동생 부부에게숙주나물 차돌 볶음을 자랑하고 싶어 했다. 오늘은 꼭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남편의 '숙주나물 차돌 볶음' 만드는 법


1. 숙주나물을 씻어서 바구니에 담아 물기를 제거한다.



2. 프라이팬에 차돌박이를 넣고 볶다가 기름이 나오면 마늘과 파를 차돌 기름에 볶는다. 차돌이 거의 익을 때쯤 썰어놓은 청양고추를 넣고 함께 볶는다. 청양고추는 1개를 넣었다. 오늘은 양송이버섯도 썰어서 넣어 보았다.



3. 익은 차돌박이에 숙주나물을 넣고 조금 볶다가 굴 소스 한 숟가락과 소금 두 꼬짐, 후추를 약간 넣고 숙주나물이 살짝 숨이 죽을 때 불을 껐다. 숙주나물이 너무 익거나 짜면 맛이 없기에 짜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완성된 숙주나물 차돌 볶음을 큰 접시에 담고 통깨를 살짝 뿌려준다.



드디어 시식할 차례다. 아삭한 숙주나물과 부드러운 차돌박이를 함께 먹어보았다. 짜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나는 자꾸 먹고 싶은 맛이다. 함께 넣은 양송이에도 간이 배어서 맛있었다. 오늘도 차돌 된장찌개를 끓여서 함께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남편이 드디어 오늘 숙주나물 차돌 볶음을 완성했다. 저녁 먹으러 온 시누이네와 내가 맛있다며 엄지 척을 해주었더니 남편이 싱글벙글 좋아했다. 남편도 먹어보더니 만족스러워했다.


숙주나물 차돌 볶음은 재료도 간단하고 요리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냥 차돌박이를 구워 먹는 것보다 숙주나물과 같이 먹으니 덜 기름지다. 앞으로도 우리 집에서 숙주나물 차돌 볶음은 주요 메뉴가 될 것 같다. 청경채를 조금 넣어도 맛있을 것 같아서 다음에는 청경채 넣은 숙주나물 차돌 볶음을 해 달라고 해야겠다.


남편이 요리하면서 집안 분위기도 바뀌었다. 음식 투정도 안 하고 늘 맛있게 식사한다. 사 후에 뒷정리도 도와주고 가끔 설거지도 해준다. 남편의 요리가 사랑을 타고 우리 가족에게 전해져서 늘 행복한 식사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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