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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r 13. 2024

적은 돈으로 건강 봄 밥상을 차렸다

만 원의 행복,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보약이다

요즘 물가가 정말 비싸다. 언론에서도 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내린다. 특히 설 명절 때부터 사과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많다. 며칠 전에 뉴스를 보는데 기자가 마트에서 사과 한 봉지를 사서 직접 들고 출연했다. 사과값이 비싼 이유는 가을에 사과나무가 해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대형마트는 잘 가지 않는다. 대형마트에 가면 꼭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며 과소비를 하게 된다. 주로 아파트 상가에 있는 작은 마트나 동네에 있는 슈퍼에 주로 간다. 두 곳에서 파는 물건값이 달라서 신선 식품은 싸게 파는 곳에서 산다. 지난주에도 오이 피클을 담그고 싶어서 마트에 갔다가 오이가 너무 비싸서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조금 더 떨어지면 담그려고 그냥 왔다.

 

지난주부터 감기로 몸이 좋지 않았다. 약을 먹고 쉬면 좋아질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였다. 거의 1주일이 되는데도 목이 계속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인후염이라고 했다. 약을 3일 치를 처방해 주셨다. 약을 먹는데 오히려 기침이 더 심해졌다.


몸이 아프니 의욕이 없다.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아프게 되면 절실하게 느낀다. 나이 들면 감기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한다. 감기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감기 합병증으로 입원까지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젊은 줄로 착각하고 감기를 너무 우습게 보아서 이 지경까지 왔다.


외출도 안 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부고 문자가 왔다. 퇴직 전에 근무한 교직원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 함께 근무할 때 파킨슨병과 근육이 굳어지는 희귀병으로 요양원에 모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늘 서로 기도해 주던 사이라서 아파도 직접 가서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장례식장이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복잡해서 운전해서 가야 했다. 남편이 내가 아픈데 운전하고 가는 것이 불안한지 같이 가 주겠다고 했다. 서울이라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다. 조의금 봉투를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요즘 부고장에 계좌번호도 함께 나오기에 참석 못할 때는 계좌로 보내기도 하지만, 집에 꼭 경조사 봉투를 준비해 둔다. 식장에서 작성해도 되지만 성의 없어 보여서 집에서 늘 준비해서 가지고 간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제시간에 도착했다. 남편은 차에 있고 혼자서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오전이라서 조문객이 많지 않았다. 아버님이 요양원에서 2년 7개월 동안 계셨다고 하신다. 정말 주무시듯 편안하게 가셨다고 하신다.


특이한 점은 어버님께서 모교 의대에 시신 기증을 하셔서 입관은 안 하고 의대에서 발인 후에 시신을 모셔 간다고 했다. 2년 정도 지난 후에 시신을 화장하게 되고 한 번 더 장례를 치러야 한단다. 생전에 아버님께서 "죽으면 내 영혼은 하늘나라 천국에 갈 거라서 내 몸은 후배들 연구에 도움이 되게 기증하고 싶어."라고 당부하셨단다. 생전에 믿음이 좋은 분이셨지만, 이러기는 쉽지 않으셨을 텐데 참 훌륭하시다.


장례식장을 나오며 아프지만 직접 문상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인지 된장국이 생각났다. 남편에게 저녁에는 시래기 된장국 끓여 먹자고 했다. 그 소리에 냉이나 쑥 같은 것 넣어서 끓이면 있겠다고 했다. 얼마 전에 홈쇼핑에서 양구 펀치볼 시래기를 주문했다. 삶아서 된장을 조물조물한 거라서 물만 넣고 끓이면 된다.


도착해서 집 앞 슈퍼에 들렀다. 마침 냉이가 있어서 냉이 한 봉지와 초당두부, 굴피 미역과 브로콜리 하나를 샀다. 냉이 넣은 된장국과 묵은지를 들기름에 볶아서 두부김치를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로 입맛이 없기에 냉이 넣은 칼칼한 시래기 된장국과 매콤한 두부김치가 맛있을 것 같았다.


적은 돈으로 오늘은 상큼한 건강 봄 밥상을 차렸다. 냉이 2,500원, 초당두부 2,500원, 굴피 미역 1,500원, 로콜리 1,000원, 알배기 배추 1,500원이다. 만원도 안 들었다. 집에 있는 시래기와 묵은지를 활용하고 늘 떨어지지 않는 콩자반과 멸치볶음으로 차릴 거다.


먼저 사 온 냉이를 깨끗이 씻었다. 시든 잎을 다듬고 여러 번 깨끗하게 씻어서 시래기가 든 냄비에 넣었다. 냉동실에 있는 얼린 다진 마늘 한 조각과 썰어놓은 청양고추를 넣고 육수 알약 하나도 넣었다. 정엄마가 가주신 시골 된장을 짜지 않도록 조금 넣었다. 한소끔 끓이니 있는 냉이 시래기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간이 딱 맞았다.


다음에는 초당두부를 올리브 오일과 들기름을 넣고 노릇노릇 구웠다. 이건 남편이 하였다. 두부 굽는 동안 묵은지 한 포기를 썰었다. 묵은지가 있으니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가끔 돼지고기 묵은지 찜과 고등어조림, 묵은지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는다. 묵은지도 올리브 오일과 들기름 넣고 볶다가 설탕만 조금 넣으면 완성이다. 마지막에 통깨도 솔솔 뿌려주었다.


냄비에 물을 넣어 전기레인지에 올려놓고 물이 끓는 동안 굴피 미역을 씻어서 큼지막하게 잘라서 데쳤다. 굴피 미역은 올겨울 밥상에 자주 등장하는 우리 집 단골 메뉴다. 쌈 다시마와 비슷하게 생겼다. 신기하게 진갈색 미역을 끓는 물에 넣으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신기하다. 바로 꺼내서 찬물에 헹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물기를 짜서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다.


브로콜리도 잘라서 살짝 데친다. 물에 소금을 반 숟가락 정도 넣어서 끓이면 파랗게 잘 데쳐진다. 너무 오래 삶지 말고 2분 정도 삶으면 알맞게 익는다. 데친 굴피 미역과 같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요즘 채소 가격이 조금 떨어져서 하나에 천 원 정도 하니 영양 많은 브로콜리는 부담 없이 늘 먹을 수 있다.

이제 오늘 준비한 음식으로 식탁을 차렸다. 오늘 메인인 두부김치를 가운데 두고 그 에 나눔 접시에 담은 굴피 미역과 브로콜리, 초고추장을 놓았다. 옆에는 집에 늘 있는 밑반찬인 콩자반과 멸치볶음, 조금 남은 콩나물 볶음을 담았다. 알배기 배추와 남편이 식사 때마다 늘 한두 개씩 먹는 청양고추도 올려 주었다.  


오늘은 갑자기 문상으로 외출할 일이 생겨서 슈퍼에 들러 장을 봐 왔다. 만원도 안 들었다. 적은 돈이지만 오늘 밥상은 건강 봄 밥상이다. 시래기 된장국에 냉이를 넣었더니 봄 냄새가 확 풍겼다. 칼칼한 맛에 입맛이 돌았다. 근사한 요리가 아니어도 제철에 나는 재료로 린 밥상은 보약이 된다. 맛있게 먹고 감기도 똑 떨어지길 바란다. 남편과 둘이서 먹으니 많이 먹지 않는다. 굴피 미역과 브로콜리는 이삼일 동안 식탁오를 거라서 우리 집 만원의 행복은 며칠 갈 거다.


그동안 움츠렸던 어깨를 쭉 펴고 씩씩하게 보내야겠다. 꽃샘추위로 아직 봄기운을 확실하게 느끼지 못하지만, 벌써 민들레꽃을 보았다고 한다. 산수유도 피고 개나리 소식도 들려온다. 제철 식재료로 오늘 저녁 건강 봄 밥상을 차려 보는 건 어떠세요. 곧 밥상 물가가 안정되어 시장 가는 일이 즐겁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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