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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Oct 25. 2023

파김치가 너무 비싸서 직접 담가 보았다

나한테는 보물 같은 비밀 레시피 ‘유 세프 요리 교과서’가 있다

   

쪽파 넉 단으로 담근 파김치


우리 가족은 파김치를 좋아한다. 남편도 좋아하고 아들도 좋아한다. 나는 파김치를 잘 먹지 않는데, 삼겹살 먹을 때만 상추에 고기와 함께 싸서 먹는다.


나는 김치를 담글 줄 몰랐다. 일한다고 김치는 늘 친정엄마가 담가 주셨다. 60이 넘을 때까지 담가 주셨으니 부끄럽기도 하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깍두기 등 종류도 많다. 친정엄마는 함께 살지 않았지만, 김치가 떨어질 때쯤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김치를 담가 주고 내려가셨다.


김치 담그는 일이 쉬운 줄 알았다. 친정엄마가 늘 어떤 김치든 쉽게 뚝딱 담그셨기 때문이다. 작년에 퇴직하고 파김치를 담가 보았다. 파를 다듬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허리도 아프고 힘들었다. 유튜브에서 파김치 담그는 영상을 여러 개 시청하고, 가장 간단하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영상을 골라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퇴직하며 요리에 관심이 생겨서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 보았다. 새로운 요리를 할 때마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레시피북을 '유 세프의 요리 교과서'라고 이름 짓고 손글씨로 정리하였다.


파김치 편

나는 특별한 요리를 할 때마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를 보면서 요리한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에는 16의 레시피가 있다. 요리할 때마다 수정할 것이나 보완할 것이 있으면 포스트잇에 적어서 추가한다. 그러다 보니 요리 교과서는 양념도 묻고 지저분하지만, 보물 같은 노트다.


 세프 요리 교과서를 보면서 요리하면 늘 맛있다. 오늘 담글 파김치도 유 세프 요리 교과서를 보고 할 예정이다. 파김치를 담글 때마다 똑같은 양의 쪽파를 담근다. 그래야 양념 양도 똑같이 계량하기에 실패하지 않는다.


추석 전에 재래시장에 갔었다. 재래시장은 사랑이다. 갈 때마다 들르는 반찬 가게에 들렀다. 반찬 가게에는 다양한 반찬이 있다. 특히 다양한 김치를 판매해서 사람들에게 인기다. 파김치가 700g에 20,000원이었다. 너무 적어서 파김치 두 봉지를 40,000원에 샀다. 비싸도 너무 비쌌다. 채소 값이 비싸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파김치와 겉절이, 총각김치, 열무김치를 한 봉지씩 샀는데, 팔만 원 정도 들었다. 양이 많지 않다 보니 금방 먹었다. 아쉬웠다.


파 한 단에 6,900원(싸다)

요즘 남편이 파김치가 먹고 싶다고 한다. 파김치 사러 다니는 재래시장에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여전히 비쌀 것 같아서 내가 직접 담그기로 했다. 동네에 식자재마트가 있다. 쪽파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한 단에 6,900원씩 주고 넉 단을 사 왔다. 작년에 메모한 것을 보니 작년보다 약간 비쌌다. 김장철이라서 쪽파가 싱싱하고 좋았다. 이 정도면 푸짐해서 아들네도 한 통씩 줄 수 있다.

 

쪽파 넉 단을 사서 다듬었다

작은 김장 매트를 깔고 쪽파를 다듬었다. 사실 올봄에 왼쪽 엄지손가락에 관절염이 걸려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다. 염증 주사를 두 번이나 맞았는데 완전하게 낫지 않았다. 방법은 손을 안 쓰는 거라고 해서 김치 담그는 일 등 무리 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주로 오른손을 사용하며 왼손을 아끼고 있다. 파김치는 거의 1년 만에 담근다.

 

걱정이 조금 되긴 하지만, 이번에 용기 내 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쪽파를 다듬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첫 단은 50분 정도 걸렸고, 두 번째 단은 30분으로 점점 속도가 났다.  단 모두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다듬었다. 다듬은 쪽파를 씻어서 바구니에 담아 물기가 빠지길 기다렸다. 이미 김장 준비를 위해 고춧가루를 열 근이나 사놓아서 걱정이 없다.


양념은 30분 정도 숙성했다

씻어놓은 쪽파에 물기가 빠지는 동안  양념을 만들었다. 양념은 ‘유 세프 요리 교과서’에 있는 대로 정확하게 컵으로 계량했다.  냉동실에서 찹쌀가루를 꺼내 풀을 쑤었다. 찹쌀풀이 식기를 기다려 고춧가루와 매실액, 멸치액젓을 계량해서 파김치 양념을 만들었다. 파김치에는 다진 마늘은 안 넣는다. 양념은 잠시 숙성해서 버무리는 것이 좋아서 고춧가루가 불기를 기다렸다.


쪽파에 양념이 잘 묻을 수 있도록 양손으로 버무렸다. 고춧가루 색이 참 예뻤다. 간이 잘 맞는 것 같다. 꺼내 먹기 좋게 조금씩 돌돌 말아서 담았다. 아들네 줄 것은 따로 담아두고 우리 집에서 먹을 것도 통에 담았다. 작은 김치통으로 다섯 개가 나왔다.


쪽파 넉 단은 큰아들과 작은아들에게 한 씩, 이웃에 사는 시누이네도 한 통 주고 나면 우리가 먹을 것도  통 정도 남는다. 양이 많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도 파김치가 맛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쪽파 다듬느라고 힘이 들긴 했지만, 오랜만에 파김치를 담갔더니 기분이 좋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행복하기까지 하다. 오랜만에 파김치를 담가도 실수하지 않고 맛있게 담글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정리해 둔 ‘유 세프 요리 교과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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