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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오월엔 꽃구경 대신 숲길 걷자

건강백년길에서 맨발 걷기도 할 수 있다.

by 유미래


4월에는 다리가 아프도록 꽃구경 다녔다. 4월 마지막 날인 30일에도 시외버스를 타고 꽃구경하러 갔다. 남부터미널에서 충청북도 음성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남부터미널도 처음이고 무극에도 처음 간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아카시아꽃이 핀 것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인천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기에 더 반가웠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마치 아카시아 향기를 맡는 것만 같았다.



무극에는 지인이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서 초대받고 세 명이 함께 내려갔다. 4월에는 늘 전철과 승용차로 다녔는데 시외버스를 타고 가니 학창 시절 수학여행 가는 것처럼 설렜다. 1시간 20분 정도 걸려 무극에 도착하니 지인이 차를 가지고 나와 있었다. 10분도 안 걸려서 전원주택에 도착했는데 정원이 넓고 예쁘게 가꿔져 있어서 꽃구경하러 온 보람이 느껴졌다. 정원에는 영산홍을 비롯한 다양한 꽃들이 심겨 있어 정말 아름다웠다.



정원에서 꽃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건강밥상으로 차린 점심을 대접받았다. 좋은 곳에서 먹어서인지 밥맛이 꿀맛이라 모두 한 공기씩 뚝딱 먹어 치웠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해서 정원이 보이는 일명 데크에 있는 '우리 집 카페'에서 다과를 들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극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올라왔다. 1박 하고 왔으면 동네도 한 바퀴 돌고 예쁜 카페에도 갔을 텐데 아쉬웠다. 이걸로 4월 꽃구경은 마감했다.


5월엔 꽃구경 대신 숲길 걷자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라 남편이 쉬었다. 어제 무극에 다녀올 때 보았던 아카시아꽃이 생각나서 혹시 건강백년길에 가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물만 하나 배낭에 넣고 출발하였다.



건강백년길은 작년 여름과 가을에 다녀왔었다. 갈 때마다 좋았다.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리면 5분만 걸어가면 도착한다. 봄의 건강 백년길은 어떨까 기대하며 갔는데 역시 오길 잘했다. 입구부터 펼쳐진 숲길이 5월이 신록의 계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여름 날씨 같던 더위는 사라지고 마법같이 시원해졌다. 신록의 힘이다. 남편과 너무 좋아서 서로 사진부터 찍어 주었다. 벚꽃이 필 때 오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건강백년길은 입구에 0킬로미터 지점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고 500미터마다 안내판이 있어 사람마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끝까지 가면 3.5킬로미터 지점을 표시해 주는 알림판이 있고 유수지 생태 연못이 있다. 생태연못부터 거꾸로 걸어도 반대로 걸은 거리를 알 수 있게 뒷면에도 안내판이 있다. 즉 0킬로미터 뒤쪽에 3.5킬로미터가 표시되어 있다.


맨발로 걷는 사람

맨발 걷기가 가능한 숲 속 흙길


오늘 남편과 끝에 있는 유수지 생태연못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산책길이 끝까지 평지라서 어르신들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남편도 요즘 무릎이 아픈데도 끝까지 걸었다. 길에는 야자 매트가 반 정도 깔려있고, 반 정도는 흙길이거나 전체가 흙길만 있어서 아예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분들도 있었다. 숲길이라 덥지 않아서 선글라스를 안 써도 될 정도로 그늘이 져서 시원하게 느껴진다.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지난번에는 오른쪽 길로 갔는데 오늘은 왼쪽 길로 가 보았다. 돌아올 때 반대편 길로 오면 된다. 가다 보니 유수지 옆길이라 소나무가 방풍목으로 심겨 있어서 노란 송화를 볼 수 있었고, 소나무길이 꽤 길게 이어져서 좋았다. 유수지 철새를 볼 수 있는 철새 관찰 조망대가 두 군데 있었는데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었다. 유수지가 너무 커서 놀랐다.


맨발 걷기 길

더 좋았던 것은 맨발 걷기 길이 있었다. 아마 깨끗한 걸 보니 새로 만든 것 같다. 할머니 몇 분이 신발을 벗고 맨발 걷기를 하시는 것을 보니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다. 건강하셔서 친구들과 숲길 산책도 하시고 맨발 걷기를 할 수 있으니 그저 부러울 뿐이다. 친정엄마가 계셨다면 모시고 와서 함께 맨발 걷기도 했을 텐데 아쉽다.


"다음에 올 땐 우리도 수건과 물티슈를 챙겨 와서 맨발 걷기도 해 봐요."


남편과 이야기하며 맨발 걷기 끝 지점에 도착해 보니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 물기 닦을 수건만 있어도 될 것 같았다. 맨발 걷기 장인데 신발을 신고 걸어서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걷다 보니 3.5킬로 미터 지점까지 왔다. 중간에 쉬지 않고 걷으니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왕복 7킬로미터가 넘으니 왕복하는 데는 2시간이 더 걸린다. 유수지 생태연못이 어리연으로 덮여있었다. 가장자리에 노랑꽃창포도 피어있었고 수련도 보였다. 연못을 한 바퀴 돌고 정자에 앉아서 쉬었다. 백련사에도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면 좋을 텐데 남편이 무릎이 아파서 가지 못했다.


남편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없었다. 사실 나도 가고 싶었다. 1.5킬로 지점에 있었는데 지나치고 한 군데 또 있었는데 잠겨 있었다. 연못 있는 쪽에 화장실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서둘러서 돌아갔다. 건강 백년길 산책길을 걷다가 화장실을 만나면 꼭 들르길 바란다.


오늘 숲길을 걸으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넓은 잔디 광장 나무 그늘에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돗자리를 펴고 가족과 쉬는 모습은 참 한가로워 보인다. 숲 속에 체험할 수 있는 유아 체험원도 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와서 잔디밭에서 뛰어놀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가을에 다섯 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왔었는데 다리 아프다고 해서 입구 1.5킬로미터 지점에서 간식만 먹고 돌아간 적이 있었다. 다음에는 킥보드라도 챙겨서 잔디 광장까지 꼭 데리고 와봐야겠다.



사실 오늘 건강백년길에 온 이유는 혹시 아카시아꽃이 피었을지 몰라서 왔는데 아직 피지 않아서 못 보았다. 조금 아쉬웠으나 초록의 숲길을 걸었으니 오길 잘했다. 5월 초라서 남쪽에서 피기 시작했으니 여기도 조금 지나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카시아 나무는 많지 않았다.


건강백년길을 걸으며 운동해서 좋았고, 깨끗한 공기 마시니 머리도 상쾌한 것 같았다. 오늘 몸 건강, 마음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신록이 우거진 상쾌한 숲길이 너무 좋아서 남편과 5월 6일 대체 휴일에도 다시 오자고 했다. 그때는 수건도 챙겨 가서 맨발 걷기도 꼭 해봐야겠다. 4월에 꽃구경 실컷 했으니 5월에는 숲길 걸으며 또 다른 봄을 느껴봐야겠다.




5월 1일(수)이 근로자의 날이라 복지관 수업이 없어서 남편과 건강 백년길에 다녀왔어요. 녹음이 우거져 싱그러움 그 자체였어요. 연재글을 건너뛸 수 없어서 건강해야 슬기로운 노인복지관 생활을 잘할 수 있기에 발행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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