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과12월은 김장철이다. 우리 집은 늘 조금 늦게 12월 중순에 김장을 했었다. 친정엄마 계실 때는 친정엄마가 주도적으로 하셨고,나는 옆에서 보조 역할만 했었다. 고춧가루 넣으라면 넣고, 액젓 넣으라고 하시면 넣었었다. 그런 내가 작년에 김장을 했다.
친정엄마가 작년 봄에 돌아가셔서 작년 12월 중순에 남편과 둘이 김장을 했다. 재료 사는 것부터 다듬고 씻고 자르는 것 모두 내가 해야 했다. 무채 써는 것은남편이 도와주었으나 배춧속 넣는 것도 모두 혼자 했다.
다행히 처음 한 김장치고는 간이 잘 맞아서 지금까지 맛있게 먹고 있다. 올해는 남편의 눈 수술이 12월 12일로 예약되어 있어 다른 해보다 조금 일찍 지난주토요일에김장을 하였다.
며느리가 둘이지만, 직장에 다니고 있고 손자들도 아직 어려서 연락하지 않았다. 작년에 김장하고 "김장했으니 시간 될 때 와서 가져다 먹어라."라고 말했더니 내년에는 김장할 때 꼭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올해도 작년처럼 남편과 둘이 하기로 했다.올해는 주말에 해서 쌍둥이 손자 데리고 온 작은아들이 무채 써는 것도 도와주고 점심도 시켜 주었다.
다행인 건 작년에 김장하고 재료와 양념 등을 자세히 손글씨로 레시피를 작성해 두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양의 김장을 할 거라서 레시피북을 보고 재료도 사고 배춧속 양념도 만들면 되었다. 힘은 들어도 레시피 보며 순서대로차분하게 하면 될 거라어렵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해남에서 절임배추 40㎏을 주문했다. 작년에도절임배추 40㎏으로 김장했는데 아들네도 많이 가져다 먹지 않아서 아직도 김치통 두 통이나 남아있다. 묵은지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아서 귀한 묵은지다.
김치찌개는 묵은지가 맛있고, 묵은지 돼지고기찜이나 닭볶음탕, 고등어조림등 묵은지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김치볶음밥이나 두부김치, 볶음 김치도 쉽게 할 수 있고,김치를 물에 씻어서 만드는 묵은지볶음 등도 맛있다.
김장은 최소 이틀은 걸린다. 김장 전날 마트에서 무와 파, 생강, 마늘 등 재료를 배달시켰다. 다발무는 세 묶음을 샀는데 작년보다 두 배 넘게 비쌌다. 새우젓은 미리 사놓아서 김장하는 전날에는 재료 다듬고 마늘 갈고 찹쌀풀 쑤는 것까지 했다. 절임 배추는 금요일 저녁때 도착하였는데미리 물을 빼지 말라고 해서 그대로 두었다가김장하기 전에 바구니에 담았다.
김장하는 당일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김장 매트를 깔고 먼저 채를 썰었다. 친정엄마는 칼로 채를 써셨는데 남편과 나는 채칼로 채를 썰었다.올해는 아빠가 아프다고 작은아들이 도와주어서 채도 쉽게 썰었다. 내년에도 김장을 하게 된다면 자동으로 무채 썰어주는 것을 사야겠다.
작년에 부엌 바닥에 앉아 배춧속 넣느라고 허리가 아파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채만 바닥에서 썰고 양념하고 배춧속 넣는 것은 식탁에 서서 하였다. 남편이 식탁에 딱 맞는 김장 매트를 주문해 주어서 속 넣기가 편했다.
여럿이 하면 빨리 할 수 있겠지만, 혼자서 차근차근 하니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마음은 편했다. 남편이 배추도 날라주고 내가 김치통에 김치를 가득 채우면 옆에 묻은 양념을 닦고 뚜껑을 덮어 김치냉장고에 넣는 역할을 했다. 김치통 여섯 개가 나와 뿌듯했다. 큰아들 한 통, 작은 아들네 한 통씩 보내고 우리가 나머지는 먹으면 된다.
묵은지가 있어서 담근 김장은 바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맛 지킴 강으로 맞추어두었다. 이렇게 보관하고 1년 동안 김치를 먹는데 작년에 담근 김치가 지금도 맛있다. 아삭아삭하고 그렇게 많이 시지도 않아서 남편은 우리 집 김치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남편이 다음 주에 망막에 구멍이 뚫려 눈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하고 나면 2주 정도는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하고 잘 보이지 않아서 외출도 못 한다고 해서 많이 힘들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도 많아진다. 올해는 남편과 김장했는데 내년에도 김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변에 물어봐도 이젠 편하게 살고 싶어 김장을 안 하고 사서 먹는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나이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이제 김장 안 한다는 분이 대부분이다.며칠 전에 지인 여섯 명이 만나 차를 마셨는데 그중 네 명은 김장을 안 하고 사서 먹는다고 했고, 나와 한 분만 김장을 했다.
남편에게 김장하기 힘든데 우리도 내년에는 사 먹자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한다. 우리 집 김치가 맛있어서 김장은 꼭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하니 운동도 하고 건강을 잘 챙기라고 말했다.
김장은 혼자서는 어렵다.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해 주는 남편이 있어서 그나마 가능하다. 김장하기 전에 용기 준비하는 것도, 김장 끝나고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라서 혼자서는 힘들다. 나 혼자서는 김장하기 힘드니 남편이 건강하여 내년에도 같이 김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김장하는데 30만 원 정도 들었다. 김장 비용 중 고춧가루와 절임 배추가 20만 원 정도 들었고 나머지는 젓갈과 무, 쪽파 등 배춧속 양념 만드는 비용이다. 비싼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우리 집은 김장을 다음 해 김장할 때까지 먹기에 따지고 보면 큰 비용은 아니다.
그 돈으로 조금씩 사서 먹어도 되는데 우리 집 손맛이 들어간 김치는 찾기 어려워 김장하고 나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올해 김장도 맛있게 익어 1년 동안 우리 집 식탁에서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