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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손자 덕에 처음 해본 '쓰담 달리기'

플로깅의 우리말 '쓰담 달리기', 환경도 보호하고 건강도 챙긴 행사

by 유미래

지난 토요일(10월 25일)에 쌍둥이 손자가 다니는 교회 주일학교에서 행사가 있다고 신청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쌍둥이 손자는 초등학교 1, 2 학년으로 구성된 주일학교 유년부다. 플로깅(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하면서 노방 전도 하는 행사였다.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보기에 손자들과 함께 참가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 나도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데 플로깅은 해 보지 못해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쌍둥이 손자와 걸으며 쓰레기 줍는 플로깅이 손자들에게도 지구 사랑을 실천하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쌍둥이 손자와 함께한 '쓰담 달리기'


요즘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려고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에서 찾아보니 '플로깅'은 '쓰담 달리기'로 사용한다고 검색되었다. '쓰담’은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을 보듬는다는 의미와 함께, 쓰레기를 담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단다. 쌍둥이 손자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플로깅에는 처음 참가하기에 플로깅 뜻과 함께 '쓰담 달리기'라는 우리말을 사용한다고 알려주었다. 쓰다 보니 '쓰담 달리기'가 플로깅 보다 더 다정하게 느껴져서 우리말이 역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서 '쓰담 달리기' 할 때 주의할 점을 듣고 필요한 준비물을 받았다. 장갑과 집게, 쓰레기 담을 봉지를 받고 아이들 안전을 위해 형광색 조끼도 입었다. 오늘 쓰담 달리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과 주일학교 선생님, 신청한 학부모였다. 학생들은 28명이 참가하였다.


인근에 있는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공원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쓰레기를 주우러 흩어졌다. 쓰레기를 발견하면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듯 서로 주우려는 아이들이 예뻤다. 쌍둥이 손주 중 한 명은 왼손잡인데 왼손으로도 잘 주웠다.

쓰레기 줍는 쌍둥이 손자


주운 쓰레기 봉지를 들고 조금 더 걸어서 두 번째 공원에 도착했다. 두 번째 공원도 크지 않아서 쓰레기 줍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큰길을 건너 세 번째 공원에 도착했는데 공원에는 노는 아이들과 운동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았고, 눈으로 보아도 쓰레기가 여기저기 많이 떨어져 있었다. 오늘 쓰레기 줍기 할 공원 세 군데는 모두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다. 잔디밭에 커피를 마시다 버린 플라스틱 컵이 보였다. 그걸 주우려고 다가간 손자가 물어본다.


"할머니, 누가 커피 마시고 여기다 버렸을까요?"

"그러게, 커피를 다 마시지 않고 남겨서 버렸네."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집에 가져가서 버려야 하는데 나쁜 사람 같아요."

"할머니도 그렇게 생각해. 쓰레기를 버리면 지구가 아플 텐데 우리 지우 연우가 이렇게 쓰레기 주워주니 지구가 고마워할 거야."

"저는 쓰레기는 꼭 쓰레기통에 버릴 거예요."

"학교에서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배웠어요."


커피 컵에 남아 있는 음료는 땅에 쏟아버리고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비닐봉지에 담았다. 이렇게 쌍둥이 손자와 이야기하며 쓰레기를 줍다 보니 나눠준 봉지에 쓰레기가 가득 찼다.


아이들이 주운 쓰레기 모은 것


오늘 아이들과 '쓰담 달리기' 한 곳은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공원인데 의자 주변에 담배꽁초가 많이 떨어져 있었고, 비닐, 과자 포장지, 음료수 캔 등이 많았다. 손자들 말처럼 공원을 이용하는 분들이 자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집에 가져가서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군데 작은 공원에서 아이들이 주운 쓰레기를 모으니 50리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꽉 찼다. 고사리 같은 손이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니 공원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었다.


환경도 보호하고 건강도 챙기고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다. 처음에는 손자가 추울까 봐 두꺼운 점퍼를 입혔는데 뛰어다니며 쓰레기를 줍다 보니 더워서 중간에 점퍼를 벗겼다. '쓰담 달리기'의 핵심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다는 환경보호 개념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쓰레기 줍는 것을 건강을 단련하는 운동의 하나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씀바귀 꽃


오늘 쌍둥이 손자도 자연에서 걸으며 쓰레기도 줍고 놀이터에서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물 좋아하는 연우는 은행나무가 벌써 노랗게 물들었다며 좋아했고, 커다란 씀바귀꽃과 민들레꽃을 발견하곤 노란 꽃이 비슷하다며 정말 좋아했다. 쓰레기를 주우면서도 가을을 흠뻑 느끼는 손자가 대견했다. 손자가 좋아하는 자연이 잘 보존되면 좋겠다.


집에 있었으면 핸드폰을 하거나 TV를 보며 지냈을 텐데 꽤 많이 걸어서 저절로 운동이 되었다. 나도 손자들 따라다니느라 육천 보를 넘게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 손자들을 깨끗하게 씻기고 잠시 쉬라고 하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배고프다고 빨리 밥 달라고 한다. 많이 걸어서 저녁밥이 꿀맛이었다.


늘 밥 먹일 때는 안 먹으려고 해서 많이 먹이려고 씨름하는데 밥을 이렇게 잘 먹다니 역시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건강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쌍둥이 손자와 환경보호도 실천하고, 건강도 챙긴 보람되고 즐거운 하루였다. 오늘 '쓰담 달리기'는 우리끼리라도 가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쌍둥이 손자가 지난 일요일(10월 26일) 2시에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경기에 에스코트 보이로 다녀왔어요. 선물로 받은 축구공에 사인도 받아오고 선수 손잡고 입장하며 즐거운 추억을 하나 더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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