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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Nov 14. 2022

시험이 끝나면 오는 허무함

-이게 최선이냐?

"아, 나 공부한 거 맞지?"

비는 주룩주룩 오고, 내 마음은 허무함으로 울적해졌다.


한국어 교육능력 검정시험 2차가 지난 토요일 면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내가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내 옆에서 면접 기다리시는 분을 보니까 손으로 그 많은 내용을 다 정리해서 보고 계셨다. 대박. 나는 그냥 읽기도 급급했는데.


1차 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열심히 하다가 강의 다 듣고 나서 정신을 놓아서 시험 준비보다 중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욕심이 덜했었다. 1차 시험 보기 얼마 전에야 그 시험이 굉장히 오래 보는 시험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을 싸서 가야 하는 시험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긴 시험을 보니까 문제 푸는 것도 어렵지만 눈이 그렇게 아팠다. 와, 문제는 또 왜 그리 많은지. 우리 수험생들을 다시 한번 존경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도 예전에 봤었던 시험이지만 정말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차 시험장을 나오며 내가 했던 생각은, '이거 떨어지면 다시 못 보겠는데?'였다.


1차 시험의 합격을 통보받았을 때 나는 기대를 안 했었기에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2차 면접을 또 봐야 한단다.

면접은 쉽겠지라는 생각은 정말 잠시였다. 아니, 면접은 또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한국어 가르치기 정말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럴 거면 국문과 학생들만 자격증을 주던가! 하지만 공부는 재미있었다. 나는 운동하는 1시간은 항상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유튜브를 보았다. 한국어의 문법과 발음 중 헷갈리는 것도 많았고,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려운 것들이 많았는데, 외국어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니 나름 재미있고 신선해서 정말 진심으로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특강 때 만난 프랑스에서 오신 선생님과 밤 9시에 항상 전화하면서 서로 어려운 문제를 물어보며 함께 공부를 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또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었다. 


2차 면접 시험장에 가서는 차라리 빨리 들어가서 면접을 봤으면 했다. 그런데 막상 면접장에 들어가서 질문을 받고 보니 내가 준비한 것과 다 조금씩 다른 것들이었다. 나의 준비는 모자랐던 것이다. 으흑.

차라리 공부를 안 했었으면 좀 덜 허무했을까. 시험장 밖을 나와보니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었는데 내리는 비를 보면서 나는 공허함까지 느꼈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나는 결과와 상관없이 나의 준비 상태에 실망감을 느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이틀이 지난 오늘, 나는 여유가 생겼다.

흠, 시험이 끝나고 나니 바빠도 여유로운 느낌이랄까? 이것도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은 오늘의 기쁨을 누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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