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남편의 근질거린 입
비록 사진이 엉망으로 나왔지만 이건 엄연한 수제햄이다.
수제햄을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지식이 전무했던 내게 그것을 접하게 된 일이 있었다.
이미 여러 번 언급된, 우리 집에 직접 기른 채소를 공급해 주시는, 감사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최 과장’님은(이즈음 되니 정말 실존 인물인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직접 농사지은 더덕을 잔뜩 주셨다.
귀한 더덕을 주심에 감사하며 전부 다 알뜰하게 해 먹으리라 다짐했지만, 손가락 관절염은 짜증 나게도 모든 집안일에서 점점 손을 떼게 만들었다(이렇게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또 하나의 카테고리가 흐릿해지고 있다).
손도 대지 못 한 귀한 더덕이 냉장고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자 남편이 말했다.
“더덕 손질하기 어려우면 앞집과 나눌까?”
“아직 아니야. 좀 기다려봐. 나아질지도 몰라.”
그렇게 며칠 더 흘렀다.
더덕은 보존 상태가 아주 좋았지만, 내 손가락은 나아지질 않았다.
어느 날 남편은 쓰레기를 버리고 올라오다가 앞집 아주머니와 엘리베이터를 동승하게 되었다. 입이 근질거렸던 남편은 아주머니에게 밭에서 캔 더덕을 드리겠다고 했단다.
남편은 현관문을 열어 놓은 채 앞집 아주머니께 들어가지 말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고, 목청 좋은 우리 집 강아지는 아파트가 떠나가라고 계속 짖어댔고, 당황스러운 딸은 강아지를 붙들고 방에서 본능에 충실한 강아지를 달래느라 정신머리가 하나도 없었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하하! 이것이 바로 남편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
그러나 덕분에 앞집 아주머니는 감사하다며 온갖 반찬과 처음 보는 ‘수. 제. 햄’을 주셨다.
후에 집에 들어온 음식 나눔을 보니 너무 과분하여 막 사 온 사과 몇 개를 남편한테 들려서 앞집에 보내 드렸다.
이렇게 우리 집에 들어온 수제햄을 우리는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과연 이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남편이 의견을 내놓는다.
“딱 보니까 동그랑땡이네. 집에서 만든 동그랑땡.”
“동그랑땡은 요만하잖아?”
내가 동그라미를 보이며 말했다.
크기는 손바닥만 한 게 동그랑땡이라고 보기엔 크고, 고추나 야채들이 콕콕 박혀 있는 걸 보니 집에서 만든 동그랑땡에 비슷해 보였다.
그러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아니한 것도 아닌 이것은 무엇인가?!
궁금하니, 우리는 추리를 그만두고 그것을 직접 구워봤다.
모두 흰밥과 김치만 놓고 이것을 한 입씩 입에 넣고는 커진 눈으로 서로를 보며 놀람을 표현했다.
“음... 와!.... 이거... 대박!.... 햄이잖아”
“음... 햄”
“우와~”
“앞집 아주머니 솜씨 쟁이셨네.”
우리는 맛과 그것의 정체에 놀라며 한 마디씩 했다.
이렇게 한 건 제대로 한 남편 덕분에 앞집 아주머니가 집에서 만든 수제햄이 오늘의 메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