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일상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아마 그동안은 그렇게 괴롭지 않았나 보다. 마음이 괴로워야 글을 쓰고 싶어 지는 사람이라, 마음이 평온했으니 글이 뜸했나 보다. 나는 참 글을 잘 쓰고 싶은데,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내 마음이 지옥에 있어야 글감이 생각나니 이것 참 아쉬운 일이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지옥에 둘 수도 없고, 마음이 편안한 채로 글을 쓰자니 영 내키지가 않고. 하여간 취미 생활마저 게으른 인간상이다.
요즘엔 조금 더 나에게 관대해지기를 노력 중이다. 물론 그러함에도 아직 강박과 걱정이 내 온몸을 도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코로나에 걸려 갑작스레 학교를 나오면서도 보결 들어올 선생님들과 진도 걱정에 일주일치 진도가 설명과 함께 담긴 폴더를 요일마다 만들어놓고 왔으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게 전전긍긍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았어도, 아이들과 나와 선생님들은 괜찮았을 것 같다.
작년에 받은 스트레스로 시작된 어마어마한 충동구매를 이제야 해결 중이다. 내 월급의 두배까지도 치솟았던 카드값들을 매달 밑 빠진 독 채우듯이 헐떡 헐떡 겨우 메꾸더니, 이번 달에서야 내 월급으로 생활비와 카드값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꼬박 1년이 걸렸다. 항상 카드값을 생각하느라 어느 정도는 우울감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다음 달부터는 조금이라도 저축을 할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하다. 어떠한 명품 가방을 들거나 값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는다고 해서 내가 더 가치 있어지는 것은 아닌데, 왜 그렇게 과소비를 했을까. 나 자신이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졌나 보다. 다른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는 내 껍데기라도 어떻게 가려야 만족스러울 것 같았나 보다. 이제야 애처로운 과거의 내 모습이다.
또 증약을 했다. 무엇이 그리도 괴로운지, 올해만 두 번째 증약이다. 음, 세 번째일까. 아무래도 가물가물한 기억. 얕은 수면은 항상 나를 괴롭힌다. 자면서도 걱정이 많은지 자꾸만 잠에서 깬다. 꼭 잠들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가만히 앉아서는 '자면 안 돼, 일어나야지' 되새긴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한밤 중인 시계를 보고서야 다시 잠에 든다. 자도 괜찮은데. 아무 걱정 않고 푸욱 자도 정말로 괜찮은데. 아무 일도 없을 텐데. 수면유도제를 세 종류나 바꿨는데도 그다지 효과가 없어서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악몽도 자주 꾸고 그러다 보니 새벽에 깨는 일이 더 잦아져서 약 정보를 찾아보니 우울증 약이었고, 가장 큰 부작용이 악몽이더라. 흠. 숙면이 어려운 사람에게 부작용이 악몽인 우울증 약이라. 알기 어려운 의사들만의 처방이다.
또 언제 다시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다. 이 글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다시는 안 올지도 모르겠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