꿉꿉하고 뜨거운 여름이다.
날씨가 마치 몇 년 전 갔던 여름의 베트남 같이 뜨겁고 습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간 그곳에서는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도 재밌고, 갑작스레 쏟아지는 빗방울도 낭만적이어서 자전거까지 탔었는데. 이곳에서의 여름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에어컨이 나오는 방에서 가만히 앉아있자니 무료하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 무엇이라도 하자니 금세 끈적해지는 살결에 짜증이 물씬 난다.
이래도 별로고, 저래도 별로다.
이번 여름에는 기필코 단편집을 써서 공모전에 출품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그 여름이 오니 몇 달 전에는 불타올랐던 그 의지 주변에 가림막을 세운 듯 외면하게 된다. 내가 무슨 글을, 내가 무슨 공모전을, 나 따위 필력으로 무슨. 자신감도 없고 흥미도 없다. 대단한 아이디어도 없고 의지도 없다. 결국 또 똑같은 여름이다. 단지 작년보다 조금 더 덥고, 조금 더 무거워진 여름.
도무지 신이 안 난다. 그냥 여름이다. 덥고 습한 그냥 그저 그런 여름. 별 의미 없는 사계절 중의 한 계절이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