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1. [에피, 셋]
침입자들이 나타났다. 한 놈만 오는 것이 아니다. 무려 셋이나 내가 살고 있는 이 청정지역을 드나들고 있다. 피곤하다. 밤낮없이 잠을 설치다 보니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니다. 게다가 집사들은 이 침입자들한테 이름까지 만들어 주었다. 칡, 무쌍이, 꼬망이..
철저하게 집안팎이 구분되어 있다 해도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침입자들을 향한 나의 예민한 후각과 청각은 쉴 틈이 없다. 그러니 밤잠은 밤잠대로 설치고 달콤한 루틴인 낮잠까지 방해를 받고 있다. 돌이켜 보니 나도 어린 시절에 바깥 생활을 하며 이 집을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누이와 함께였는데.. 지금의 집사들에게 누이는 동동이 나는 차차라는 이름을 얻었다.
2년 전, 우리가 이곳에 맡겨진 날은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즈음인 추운 겨울이었다. 어쩌면 버려졌을지도.. 처음에는 엄마를 따라와서 종종 밥을 얻어먹곤 했는데, 어느 날 나와 누이만을 남겨 두고 엄마는 사라졌다.
한밤중에 가끔 찾아오던 엄마를 보고 반가워서 달려가기라도 하면 우리를 본체만 체했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언제인가부터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밤낮을 겁에 질려 숨어 다니는 것을 반복하며 살아야 했던 나날들, 우리만 두고 가 버린 엄마를 야속해하기도 했지만 몸이 많이 상했던 엄마는 우리를 더는 보살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엄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