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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Jun 07. 2022

그래도 종이책을 내고 싶다.

서울국제도서전 2022를 다녀오다.



5 , 같이 에세이를 쓰는 동료가 국제도서전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다녀오라는 말에 그제야  하는 곳인가, 찾아봤다. 3 만에 열리는 행사라는데, 코엑스 A홀에서 진행됐다.


A홀은 보통 육아박람회가 진행되는 곳인데, 엄청 크잖아? 프로그램도 많았다. 홍보대사   명은 소설가 김영하였고, 한강 소설가의 강연도 있었다.


다른 동료도 표를 끊었다기에,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고 말했다. 관심 있는 프로그램을 체크해놓고 표는 끊지 았다. 계약 이후로 요즘 일들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에 일정을 확정할  없었다. 가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런 행사였다.   





6월 4일 토요일이 되자, 도서전에 가고 싶어 졌다. 목요일에 담당 PD를 만나 계약서를 쓰고, 소설 시놉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부정적인 건 아니고,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나만의 알고리즘화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토요일이라 모처럼 쉴까? 했지만 어차피 글이나 글에서 연관된 것들을 생각할 테니, 차라리 책 속에 파묻혀서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책이 많은 곳,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책에 둘러싸여 있을 때의 그 평온함을 좋아하니까.  



내가 가야할 곳은....저기. 줄이 안 끊기고 빙 돌아갈 때의 당혹감.



요즘 어딜 가든 사람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도서전에도 이렇게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 5/31일까지만 네이버로 사전 구매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현장 구매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 줄이 코엑스 내부 한 바퀴를 삥 돌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신기했다.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말이지? 뭐야 뭐야, 여기 뭐야. 설레서 기다렸다.  



줄 서있다가 인증샷. 그리고 입장!


줄은 빠르게 빠졌고, 20분 정도 뒤에 도서전에 들어갔다. 마치 놀이동산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그 큰 곳이 책으로 가득한데, 우와, 속으로 함성이 나왔다. 여기 완전, 책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책 구매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책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환장할 곳이군, 생각했다.





곳곳에서 강연이 진행됐고, 나는 한강 소설가의 강연을 찾아갔다. 강연장은 꽉 찼고, 그 뒤에도 서서 강연을 듣는 사람이 많았다. 이후 문학동네에서 진행된 한강 사인회에서도 사람들이 겹겹이 줄을 섰다. 나는 소설가가 인기가 이렇게 많을 수 있음을 그날 알았다. 친구들에게, 동료들에게 얘기했다.


한강은 대슈스예요.   





한강뿐만 아니라 출판사 곳곳에서 작가 사인회를 열었다. 소설가 사인회를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몹시 신기했다. 작가를 좋아해서 온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이게 말로만 듣던 팬덤이구나.


나는 이 팬덤이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글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그 글을 쓴 사람을 궁금해하거나, 좋아하게 되는 거니까. 너무 설레는 현상 아니야?





상품 판매가 제일 활발한 곳이 독립출판 부스였다. 사람들도 엄청 많았고, 자꾸 뭔가를 샀다. 같이 간 동료도 에코백(이것도 책 사서 받은 것) 가득 책을 샀다. 이렇게까지 살 생각은 없었다지만 이미 목소리에서 신이 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쓰기에 즐거워했다. 그들은 작정하고 왔다, 분명히. 왜냐면 나는 어떤 부스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자 겸 판매자: (사인해주는 중) "저는 이런 데 오면 월급만큼 써요. 다행히 오늘은 팔러와서 그만큼 안 썼지만.”


구매자(겸 아마도 팬): (사인받는 중) “저도요, 저도요. 다음 달의 내가 갚으라면서."


라고 말했는데 둘 다 너무 행복한 말투였다. 돈만 있으면 모두 쓸어갈 기세-를 같이 온 동료에게도 느꼈다. 이 사람들은, 이거 다 가져가고 싶어해. 독립출판이야말로 취향 존중이라 생각하는데, 이 취향을 저격한 사람에게 구매욕구와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난 그걸 옆에서 보는 걸 재밌어하고.



독립출판 부스. 안에도 엄청 찍었었는데, 다 날아갔다! 전송한 줄 알고 다 삭제함! 재밌는 책 많았는데 .....



홀 A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출판사들 부스로 가득했다.


이렇게나 많은 출판사가 있다고?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고?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이렇게나 책을 내는 사람이 많다고?

이렇게까지 책을 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독립출판 부스를 구경하면서, 이렇게까지해서 책을 낸다고, 혼자 이 모든 일들을 처리하면서 책을 낸다고, 감탄했다. 대형 출판사야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겠지만 (아닌 곳도 있겠지만) 뭐든 혼자 하는 건 힘드니까. 출판사 규모와 상관없이, 책을 내고자 하는 열망에 그 차이를 둘 수 있을까? 그것은 말 그대로 열망인데.   


정말이지, 책을 내고 싶다는 열망은 무엇일까?

사그라들 수는 있는데, 사라질 수는 없는 것 같아.


 출판사나 홀 안에 찍은 사진들 다 날아갔다....무지 많았다..... 안전가옥 뤽 오랜만에 봐서(거의 4년만?) 잠깐 근황토크.  



무엇보다 종이책이라는 물성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인지했다.


나는 종이책을 보며 자랐고, 종이책이  액정보다 편하다. 손으로 만지고, 들고 다니고, 종이를 넘기던 그 감각이 잊히지 않는다. 그 감각에서 편안함과 새로움을 깨닫기도 했고.


오랜 시간 함께했기에 나도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는 염원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그렇지만 일단 데뷔가 먼저니까, 매체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점 먼저 찍는 게 먼저이니까.


정말로 첫 계약을 하고 환기를 시키러 도서전에 가서 수 십, 혹은 수백 만권의 책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조금 깊숙한 곳에 넣어놓았던, 종이책에 대한 열망이 다시 타올랐다.

 

역시나, 그래도, 종이책을 내고 싶어.




얼마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주최한 신인 발굴 프로젝트 <카카오페이지 넥스트페이지 11기>로 선정됐고, 카카오 자회사와 전자책 출간 계약을 했다. 카카오페이지 책 카테고리에서 연재를 할 예정인데. 문학으로 분류된다.


지금 시작단계지만, 전자책+장르소설+연재+대형플랫폼리 가진 장점을 뽑아서, 완성을 할 것이다.


재밌게도 5월의 목표는 '돈 되는 글을 쓴다'가 목표였고, 타이밍 좋게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가진 강렬한 열망 중 하나지만, 전부는 아니다.  



나는 상업성보다 다른 것이 우선순위인 글도 꾸준하게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 상업적이며 대중적인 글도 글도 잘 쓰고 싶다. 어딘가에서 말아먹더라도 쓰러지지 않게.


작년 말, ‘상품으로서의 글’과 ‘자아실현을 위한 글’응 분리해야 함을 알았다. 이야기가 가진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장르, 구현 매체, 상품성, 문학성 등등)도 중요하다. 그 차이와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제대로 분리하는 게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은 지금 일대로 최선을 다하고, 또 다른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계속 준비해야 한다. 열망하면 당연히 투자하고 노력해야지. 힘이야 좀 들겠지만,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도서전을 가득 채운 책과 출판사와 사람들 있으니 정말로 종이책에 위기가 있는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전체 인구로 따지면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극소수라고 해도, 눈앞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작가 팬덤은 점점 커지고, 독립 출간이든 펀딩으로든 어떻게든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아질텐데. 절대 종이책은 사라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 물성 때문이라도.


문단이나, 전통이나, 그 폐쇄성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모습을 바꿔가며, 규모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망할거야’라는 소리를 들을지라도, 실제로는 어떻게든 쭉 살아가리란 확신이 들었다.


주제 섹션. 책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팜플렛을 거꾸로 들었다!...


전자책 쪽 시장은 더 활발해질 거다. 어찌 됐든 내게는 너무 즐거운 현상 아닌가? 종이책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거고, 전자책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IP 시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콘텐츠는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니까.


대박.

이제 앞으로 완전 내 세상 아니야?



저녁도 먹고 즐거워졌음. 8시까지 잘 놀다 왔다! 아주 강한 포즈의 인증샷이 나왔네.


이야기의 중요성과 그 힘이, 그 상품성이, 그 문학성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의 힘이 점점 더 커진다. 너무 신난다.


그러니 나는, 써야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야지.


꾸준히 계속, 쭉,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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