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삶의 연결, 공생하는 우리

by 이하루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랜 시간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시시각각 매력이 달랐다.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멋있거나 예뻤다.

심지어 그 모든 매력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도도하지만 애교를 부리고, 시큰둥한 듯하면서도 장난꾸러기 같은 성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며 환경이 바뀌던 시점에 '나도 이제는 고양이를 키워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여행을 자주 가는 편도 아니고, 간다고 해도 길게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집에 있을 예정이었다.

집을 비우고 싶은 일이 생겨도 내 성격상 고양이를 키운다면 집에 더 붙어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새로 이사 간 집은 본가와 10분 거리였고, 금방 와 줄 수 있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에 급한 일이 있을 땐 나 대신 동물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하다는 믿음도 한몫했다.


그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되돌아보았을 때, 나는 그 쯤부터 사람들에게 지쳐있었고 점차 질려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에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고양이와 함께 사는 내 모습만 상상하고 있었다.


집에 애완동물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4년째 키우고 있는 고슴도치 '식빵'이가 있었다.

식빵이는 얌전했고, 착했다.

핸들링이 가능했고, 배변훈련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식빵 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 핸들링과 배변훈련을 시킬 때는 많은 시간가 노력, 에너지가 필요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청소하는데 2~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식사와 간식을 챙겨주는 것을 포함해도 10분이 넘지 않았다.

더구나 야행성이었기 때문에, 나와 오랜 시간 함께 교감을 나누기는 어려웠다.

물론 가만히 식빵 이를 구경하고 있는 것도 나에게 힐링이었지만, 야행성인 고슴도치는 잠잘 때 어두운 은신처에서 잠들길 선호했다. 또한 5살을 향해가는 식빵이는 호기심이나 활동량이 점점 줄어들어갔다.

식빵 이를 너무 많이 지켜보거나 하는 것은 식빵이 한 테도 피곤한 일이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었고, 식빵 위에 대한 나의 애정은 언제나 넘실넘실 넘쳐흐르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계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장 아무 고양이나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다른 것처럼 고양이들의 성격도 모두 달랐다.

나는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고양이가 필요했고, 내가 사랑하고 싶은 고양이가 필요했다.



사실 모든 고양이들을 사랑하긴 한다.

고양이는 귀엽고, 예쁘고, 따뜻하고, 말랑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도도하고, 시크하고, 멋있기도 하다.


만약 장난꾸러기 고양이와 살게 된다고 해도 고양이가 말썽을 부리는 것은 '동물이니까'라는 말로 모든지 용서가 될 것이었다.(고양이를 키운 지 7년째인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어떤 고양이든지 괜찮았다.


하지만 앞으로 십 년 이상 함께 살아갈 텐데, 더 소중히 선택하고 싶었다.

그 고양이의 삶을 내가 책임지고 함께하게 될 텐데, 한 생명의 삶을 나의 삶과 연결하여 평생 함께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고, 두렵기도 했다. 설레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어쩌면 나는 내 눈에 예뻐 보이고 사랑스러운 그런 고양이가 아니라, 부족한 나를 이해해 줄 너그럽고 착한 고양이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인근의 고양이 쉼터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음이 가는 고양이를 발견할 때면 두 번, 세 번 더 찾아갔다.

혹시나 며칠 지난 사이 내 마음이 변할까. 다른 고양이에게 더 마음이 갈까 싶어서 쉽게 데리고 오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고양이들이 다른 가정으로 입양을 가기도 하였다.


아쉽긴 해도 괜찮았다.

확신하지 못하고 계속 스스로를 시험하고 있던 나보다는 빠르게 입양해 간 가족들이 그 고양이를 더 많이 사랑하지 않을까 하며 그들을 축하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후로 내가 한 일이라고는 고양이 보호소와 쉼터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곳의 고양이들과 놀다 오는 일뿐이었다. 다녀올 때마다 내 옷에는 고양이 털이 한가득 붙어있었다.

고양이들과 놀아주거나 모래를 치워주거나 하는 일들은 피곤했지만, 마음이 가볍고 따뜻해졌다.

그게 좋아서 집과 가까운 쉼터에는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찾아갔던 고양이 쉼터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었지만 내가 입양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 고양이를 나는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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