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것은 없는 걸
그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너 그러면 안돼."
"결혼하려면 동물들 좀 보내"
"야 너 그러다가 결혼 못해"
"동물 좋아하는 남자 찾기 힘들어, 게다가 4마리인데 괜찮다고 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
"아기한테 동물이 얼마나 안 좋은데"
"동물들 있으면 아기 아토피 생겨"
"아기 아토피 생기면 그때 어떻게 할래? 고치지도 못해"
여기서 나는 알 수 있다.
그 사람들은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결혼생활을 걱정한다.
나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결혼을 바란다.
나의 아기를 걱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단 한 번도.
"결혼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남자친구 사귀고 싶다."라고 말한 적도 없다.
"외롭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나에게 "너 동물 키우면 결혼 못해"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일까?
동물을 키우는 것이 왜 약점이라는 듯 이야기하는 것일까?
나는 동물이 있어서 좋고, 나는 동물들로 인해 피해 보고 있는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니 나에게 동물을 키우는 것은 약점이 아니다.
더구나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 나는, 그들의 말에 타격이 1도 없다.
그저 그 사람들이 무례할 뿐이다. 아무나 찾아서 결혼하고 애나 낳으라는 건가?
사람들은 내 행복을 바란다고들 하지만, 나를 결혼할 남자와 아기에게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
나의 삶을 그렇게 끼워 맞춘다고 한들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한 내 삶이니 후회를 하더라도 내가 판단 내린 선택으로 후회하고 싶다.
결국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약점"이 되는 순간은, 결혼하고 싶은데 동물들을 함께 키울 수 없는 경우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걱정하며 나의 동물가족을 보내고 싶지 않다. 나의 미래와 행복을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왜 나의 기준이 아닌 자신들의 기준에서 내 미래를 판단하고 설계하며 그것을 강요하려 드는 것인지, 그 걱정이 시간 때우기용 이야깃거리가 아닌 나를 위한 진심 어린 걱정이 맞긴 한 것인지도 때론 의문이지만, 내가 새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나의 동물가족을 보내게 된다면 나는 결코 마음 편히 행복하지 못할 것이며 언제나 마음 한편은 슬픔에 차있을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니 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약점"이 아닌, 그 사람의 "특징" 중 한 가지 정도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약점의 사전적 정의는 '모자라서 남에게 뒤떨어지거나 떳떳하지 못한 점.'이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동물을 안 키우는 사람이 그것을 약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하나씩 따져 보자면 동물을 키우는 것이 떳떳하지 못한가? 아니다. 나는 우리 집 동물들 사진을 모두에게 자랑하고 다닌다. 그렇다면, 동물 때문에 남들에게 뒤떨어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남들 못지않게 먹고살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 선택 측면에서는 동물 키우는 상대보다는 동물 키우지 않는 상대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애초에 나 또한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배우자로 원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원치 않는 것이 약점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게다가 나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동물을 키우는 것은 "약점"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있어 단지 "미래 배우자 특징 중 배제해야 할 조건"정도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 사람과 나는 서로의 조건적인 특징을 만남 초기부터 확인한 후 상호동의하에 가족이 되는 것이다. 서로 동의했으면 된 거다.
결혼은 둘이서만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나의 결혼한 친구들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상대방이 동물이 괜찮다고 했어도, 상대측 부모님이 싫다고 하면 문제인데 어떻게 할 거냐고들 한다. 하지만 괜찮다. 부모님의 한마디에 나를 휘둘리게 할 그런 사람과는 애초에 사귀지도, 결혼하지도 않을 테니 그럴 일은 없다.
내가 동물을 키우며 가장 스트레스받는 것은, 언제나 원하지 않아도 자꾸 들려오는 주변 사람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충고와 조언이다.
타인들이 나의 동물들을 약점 삼아 이야기할 때 매번 언급되는 것 중 또 한 가지는 "털"이다.
그런데, 털은 인간도 빠진다. 머리카락이 어디서나 보인다.
동물들의 털은 더 가벼워서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닌다는 것이 문제 이긴 하다.
하지만 청소를 자주 한다면 동물들이 옆에서 온몸을 털며 오두방정을 떨거나 내가 빗질을 하며 털을 날리지 않는 이상은 괜찮다. 동물을 아예 키우지 않는 집에 비한다면 불편한 것이 당연하겠지만 내 집이고, 내가 털 때문에 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아니니 그걸로 된 것 아닌가? 우리 집에 놀러 온 나의 친구들도, 동물들 많은데 생각보다 털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겐 공기청정기가 있다.
매일 스스로 바닥을 쓸고, 닦아주는 로봇청소기 이모님도 있다. 로봇청소기 걸레에 사용되는 물은 소독수를 사용한다. 닦으면서 바닥 소독이 함께 되는 것이다.
흡입력이 좋은 무선청소기도 있어서, 내가 원하는 부분만 따로 청소할 수 있다.
자주 앉아있는 곳에는 무선 핸디청소기가 있다.
방마다 돌돌이테이프도 비치되어 있다.
빗질이나 털을 밀 때 청소기처럼 흡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동물미용기기도 있다.
내가 우리 집 청소용품을 나열한 것의 의도를 파악한 사람이 있을까?
동물을 키우지 않아서 청소를 자주 하지 않는 집보다는, 어쩌면 동물 4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는 우리 집이 훨씬 깨끗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만약 동물을 안 키운다면 청소 안 하고 사는 그 사람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
집의 청결여부는 동물이 있고, 없고 때문보다는 집주인이 정리정돈과 청소를 잘하는지에 따라 달렸다.
그러니 털 가지고 너무 뭐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왜 낯선 사람들에게까지 털에 대한 근심걱정을 듣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자주 있는데, 그때마다 집에 있는 털들을 열심히 치워야지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단지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싶을 뿐이다. 4마리 동물들의 털에 대한 우리 집 상태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우리 집 청소용품을 다 자랑하거나, 내가 어떻게 청소하며 사는지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고 해도, 결국 내가 얻는 것은 피곤함밖에 없다.
청소에 소홀할 때도 있긴 하지만, 나 혼자 사는 집인데 내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 아닌가? 그러니 우리 집 청결에 대한 걱정은 내 어머니처럼 단지 '청소 잘하고 있지? 믿는다.'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