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사 작가님, 안녕하세요?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네요. 벌써 11월이라니 한 해가 다 가버렸나, 하는 생각에 마음도 문득 쌀쌀해집니다. 작가님께 어떤 책을 추천해 드리면 덜 쌀쌀하게 지내실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브런치 글도 읽고 SNS와 메신저에서도 종종 소통하지만, 어떤 책을 좋아하실지 모르겠더라고요. 책 추천은 늘 쉽지가 않네요. 요즘 어떤 고민이 있으실지, 어떤 것에 관심 있으실지도 생각해 보았어요. 무엇하나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제가 확실히 알게 된 어떤 것을 전달해 보기로 했습니다. 무려 10주년 기념 증보판이라는 이 책을 저는 이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라는 책이에요. 작가님은 이미 읽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나보다 한참 더 인생을 겪어본 사람이 건네는 따뜻한 조언이 전 좋더라고요. 다들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힘쓰잖아요. 요즘은 잘 사는 방향이 돈 버는데 많이 치우쳐 있는 것 같아요. 누가 그러냐고요? 저부터 그런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돈을 좀 더 벌 것을, 그 물건 꼭 사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나 스스로와 잘 살고, 가족과 잘 살고, 타인과 잘 살고, 세상과 잘 사는 방법이 이 책에 쓰여 있더라고요.
마음을 쓰는 것, 그리고 옳은 일을 행하는 것을 당신의 북극성으로 삼아라. 선함을 부르는 실질적 힘이 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엄마로 살면서 저는 저를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잊어버린 줄도 모른 채 한참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저를 아예 잃어버리게 되었어요. 다행히 브런치에 글 쓰면서 잃어버린 저를 찾게 되었어요. 차츰차츰 내 안의 나를 알아차리고 있어요. 이런 여정을 오천사 작가님과 함께하고 있어서 참 든든하고 감사해요. 저는 올해 들어 감사 일기를 처음으로 꾸준히 쓰고 있어요. 아주 짧지만, 하루에 3가지씩 써보고 있어요. 확실히 예전보다 더 작은 것, 아주 평범한 것도 돌아보며 감사할 줄 알게 되었어요. 10년 동안 빼놓지 않고 감사 일기를 썼다는 작가는 챕터 중 하나를 '감사'에 할애하며 이야기해요. 작가는 매일 짧게나마 짬을 내어 감사하면 크게 감탄할 만한 결과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대요. '때때로 우리는 산을 오를 때 힘든 것에만 주목한 나머지 오를 산이 있다는 사실에는 감사할 생각을 잊는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감사에 대해 다시 생각했어요. 산에 오를 수 있는 건강에 감사합니다, 산에 오를 여유가 있어 감사합니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를 산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면 감사의 폭이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상을 살다 보면 잊기도 하고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히면 감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작가는 '당신이 가장 덜 감사할 때가 바로 감사함이 가져다줄 선물을 가장 필요로 할 때'라고 이야기해요. 그게 가능할까? 막상 그때와 마주하면 알면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작가는 감사를 할수록 감사가 늘어가는 것처럼 '삶에서 좋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더 많은 좋은 것들이 딸려 나온다고' 다시 한번 확신해요. 오천사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잘 찾아내신다고 느꼈어요. 그러고 보니 작가님은 이미 감사가 몸에 배 계신 것 같아요. 이 책은 저에게 더 필요했던 것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냥 작가님의 글에서 감사를 발견하면서 감사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감사도 전염된다고 하니 작가님께 배어 있는 감사를 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각자가 쓴 글 읽으며 서로에 대해 발견하고 비슷한 글을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제가 감사 챕터보다 더 많은 인덱스를 붙인 곳은 '경외 '편이에요. 작가님은 '경외'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저는 경외라는 단어는 종교적인 것으로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경외를 느낀 순간도 종교적이었죠. 종교적인 공간에 간다든지, 종교적인 체험을 한다든지 하는 때요. 특별하고 강렬할 수 있지만 드물고 짧은 순간들뿐이라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는 '기적을 보겠다고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때때로 가 아니라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라고 믿는대요. 작가는 기적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말해요. 감사처럼 기적 역시 나의 시선 끝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느껴졌어요. 행운이라고 느꼈던 일들, 우연히 잘 들어맞았던 것들이 모두 기적이었던 것이죠. 기적에서 느끼는 것이 경외라면, 감사 다음 단계구나 싶었어요. 최근에 삶에 대한 여러 책을 읽게 되었는데 공통적으로 '영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전 '영성' 역시 경외처럼 종교적이라고 치부했어요. 어쩌면 경외보다도 더 종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종교가 있지만 열심히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영성'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그러니 당연히 내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았지요. 그런데 작가가 말하는 '영성'은 가까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영성이란 평범한 것일 수도 있고, 비범한 것일 수도 있다. 타인에게 100퍼센트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 그 순간에는 다른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나의 모든 힘을 쏟는 것도 영적이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영적이다. 하루를 침묵으로 충만한 한순간으로 시작하는 것도 영적이다. 커피 향이 감돌 때 잠에서 깨어나 오감으로 커피의 향내를 '맛보고', 한 모금 한 모금을 천국의 맛처럼 즐기고, 더는 천국의 맛이 나지 않게 되면 커피잔을 조용히 옆으로 밀어내는 것도 영적이다.
의식적으로 숨을 쉬는 순간에 맞추어 빛은 천천히 우리 삶에 비춰든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오천사 작가님이 글에 쓰셨던 많은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모두 영성이었어요. 작가님은 벌써 알고 계시고, 이미 실천하고 계신 것 같다고 느껴져요. 아무래도 제가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작가님 글을 읽고 기억해 둔 것과 잘 어울려서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 같아요. 함께 맞장구치고 함께 공감하며 이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나 봅니다. 물리적 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글로 대신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책 읽다, 절교할 뻔』이라는 책을 읽고 동기 작가님들을 떠올린 것은 그래서였던 것 같아요. '우리도 서로 책을 매개로 마음을 나누고 있는데! 우리도 글을 나누며 마음을 전하는데!' 그래서 우리도 한 번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는 편지를 써볼까, 하고 생각했죠. 이렇게 떠오른 마음과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힘과 손과 글을 보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오래오래 함께 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