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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양념갈비야?

by 다정한 여유 Feb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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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을까?"

주말에 외식하기로 한 우리 가족은 의견을 모아 본다. 초밥은 어제 먹었고, 돈가스도 아침에 먹었으니 패스. 중식은 질리고 양식은 조금 거창한 것 같다. 거의 2달여 방학 동안 돌밥돌밥에 지쳐 최근 외식을 자주 했더니 메뉴가 자꾸 겹쳐 선택지가 바닥이 났다. 아이가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간 사이 남편은 열심히 검색에 돌입했다.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여 최대한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남편의 정성과 뛰어난 검색실력은 매번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 만족도가 별 다섯 개에 가까운 우리 가족 맞춤 검색엔진이다. 이번에 남편이 찾은 곳은 닭 한 마리 칼국수 집이었다. 방송에도 소개되었고 시험장과도 가까워서 딱이었다. 가게 근처에 도착했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 주차 자리도 있었다. 주차하고 가게로 향하려는 가게가 영 어둡다. 앗, 이 기분 예전에도 느껴봤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가까이 가보니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 휴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으슬으슬한 날씨에 딱 좋을 것 같았는데 오늘이 어째서 셋째 주인지, 왜 하필 토요일인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경험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 가서 부러 찾아간 맛집인데 급히 붙인 듯한 뜯어진 공책을 본 적이 몇 번 있다. '개인 사정으로 오늘 휴무입니다. 죄송합니다.' 영업일과 시간을 꼼꼼하게 체크해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사정은 늘 있기 마련이었다. 아쉽기는 해도 근처 식당에서 맛있게 먹으면 된다. 기대 없이 간 곳은 오히려 기대를 충족하기 더 쉽기도 하니까.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 근처에 몇 군데 식당이 보인다. 오는 길에 보았던 만두전골 집에 가기로 하고 방향을 틀었다. 걸어가는데 어디서 돼지갈비 냄새가 숨 가득 들어온다. 치명적인 냄새다. 우리는 결국 만두전골 집에 다다르지 못하고 중간에 있던 돼지갈빗집으로 쏙 들어간다. 맛있다, 맛있다, 참 맛있다. 이 달콤 짭짤한 맛은 우리 가족 모두를 만족시킨다. 그래서 양념갈비를 자주 먹는 편이다. 특별한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먹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도 먹는다. 소갈비를 먹을 때도, 돼지갈비를 먹을 때도 있다. 단맛과 짠맛의 완벽한 조화를 개발한 사람은 누구인지 상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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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소갈비도 맛있고 석갈비도 맛있다.

나는 생선보다는 고기를 좋아했다. 고기 중에서도 특히 생고기를 즐겼다. 간장 양념도, 빨간 양념도 특별히 선호하지 않았고, 돼지고기라면 삼겹살, 소고기라면 등심이 좋았다. 고기 본연의 맛이 좋아서 상추에 싸 먹는 것 마저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와는 달리 양념 고기를 좋아했다. 닭꼬치를 먹어도 나는 소금 맛을 선택하는 반면, 남편은 데리야키 양념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생고기 반, 양념 고기 반을 시키며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려 노력했다.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늘어나며 자연스레 서로의 입맛에 조금씩 영향을 받게 되었다. 나는 점점 양념 고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남편은 가끔 생고기의 담백함을 즐기기도 했다. 결혼 후 10여 년이 흐른 지금, 고기 취향은 양념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아이도 양념 고기를 좋아하게 되면서 양념 고기를 더 자주 먹게 되었다. 자주 먹어서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나도 이제는 양념 고기의 풍부하고 중독성 강한 맛에 완전히 길들었다. 생고기는 한 번 먹으면 한동안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양념 고기는 어제 먹고도 오늘 또 먹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인정한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결혼 생활에서 취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효리는 결혼 생활의 성공 비결로 비슷한 취향을 꼽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며 나는 비슷한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것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미묘하게 달랐다. 둘 다 생선보다 고기를 좋아했지만 나는 생고기를, 남편은 양념 고기를 좋아했다. 둘 다 스포츠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남편은 야구에, 나는 축구에 열광했다. 비슷한 듯 다른 취향은 오히려 서로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게 했다.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이 더 어렵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차이가 오히려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 준 것이다. 때로는 남편이 나의 취향을 이해하고 맞추려 노력했고, 때로는 내가 양보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우리는 번갈아 마음을 썼다.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진폭을 더 크게 했다. 처음부터 취향이 같았다면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취향을 맞추고 조율해 가며 소통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결혼 전에는 각자의 삶에 익숙했던 두 성인이 얼마나 많은 조율을 거쳐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 몰랐다. 단순히 번갈아가며 각자의 취향을 따르면 되겠지 짐작했다. 막상 살아보니 그러다가는 평생 평행선을 걸을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해야 했다. 조금씩 상대의 취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란했던 두 선은 서로를 넘나들며 꼬였다. 꼬인 두 선은 이내 다시 풀리면서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게 됐다. 뚜렷했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고,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던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을 함께 보았다. 이제는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취향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더 재미있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부분을 새롭게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맞춰가는 과정마저 즐기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나온 여정을 즐겁게 바라보고 감사히 돌아봤으면 좋겠다. 서로의 손을 잡고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우리 부부는 마주 보며 오늘도 정답게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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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외식도 양념갈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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