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이와 경제를 소재로 나눈 이야기를 연재했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길게 이어질 것을 예상하진 않았습니다. 아이와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글쓰기 시작했지만 금세 소재가 바닥나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연재를 빼먹기도 해서 스스로한테 실망하기도 하고 하나의 주제로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러고 나면 일상 속에서 새로운 소재를 만나게 되어서 20화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에게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조금 더 일찍부터 경제관념을 익힌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걸 기록하고 싶고 필요하신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글 쓰면 쓸수록,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선택을 합니다. 가끔은 중요한 선택도 있지만 대부분은 몇 개의 선택지에서 빠르게 하나를 골라내는 가벼운 선택들입니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빵을 사갈지, 말지. 카페에서 친구와 만나 어떤 커피를 마실지. 오늘의 운동을 내일로 미룰지, 말지. 별 것 아닌 선택들 같기도 하고, 어떤 선택을 해도 그만인 것 같아서 깊은 생각 없이 느낌대로 고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하루의 끝에서 가만히 따져보면 그런 선택들이 모이고 쌓여서 나의 하루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그런 하루가 모여 삶의 모양도, 질감도 다르게 하겠지요. 그래서 기준 없이 둘쭉날쭉한 선택을 하기보다는 나만의 이유가 분명한 선택을 차곡차곡 쌓고 싶어서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모든 선택이 최선일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왜 이 선택을 했는지 알고, 선택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다면 지금의 선택은 다음 선택을 더 낫게 해주는 디딤돌이 될 거라 믿습니다. 돈 이야기는 선택의 지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기에 적합했습니다. 경제학은 선택의 과정을 설명하기 좋은 도구였습니다. 이번 연재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것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늘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기 때문에 제가 경제학에 매력을 느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 이야기가 당장 저의 아이를 변화시키지 않듯이, 제 글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은 분명 힘이 될 것입니다. 잠깐이라도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20화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 부족한 연재를 읽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각자 자리에서 맞이할 다음 선택들이,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너무 빠른 시대에 살고 있어서 멈추면 뒤처진다는 불안이 늘 가득합니다. 하지만 글 쓰며 가끔은 멈춰야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 움직임 없는 일시 정지하는 순간들이 다음 내딛을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더 큰 도약을 만들어 줄거라 믿습니다. 모두의 일시 정지를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