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브래드버리 《민들레 와인》을 읽고 취하다
가슴속에 풍부한 향수와 시를 담아 주로 청소년 시절을 이야기했다. 많은 환상에 의존하고 대화를 많이 사용했으며 어린 주인공들을 마법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그는 어린 친구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흘러넘치는 신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었다.
《민들레 와인》이 Fantastic Literature로 분류된 것을 보며 읽는 내내 판타지를 찾으려 했다. 행복기계나 타임머신으로 판타지라 하기 에는 뭔가 부족한 듯싶었다. 청소년의 판타지란 무엇일까. 결국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는 그들에게는 판타지고 어른이 되어 보면 추억이 아닌가,라는 결론을 먼저 적는다.
‘민들레 와인.
이렇게 말하는 순간 곧 여름이 되었다. 와인은 병에 가둔 여름이었다. 더글러스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절감하였다. 세상을 보고 만지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 중 일부, 와인을 만든 이 특별한 날을 밀봉해 따로 떼어 두었다.’
《민들레 와인》은 작가 브래드버리의 유년 시절을 기반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그린타운으로 이름 붙여진 작은 마을, 그의 고향 일리노이주 워키건을 무대로 가족과 친구 마을 사람들의 삶을 통해 마법처럼 간직한 1928년 여름을 그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해 작가는 아버지의 이직으로 마을을 떠나 있던 시기였다.
더글러스 스폴딩은 12살 소년으로 마을 사람들과 여름 내내 민들레 와인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와인은 특성상 제조 연도를 알 수 있기에 어쩌면 더욱 선명한 기억으로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이 겪은 1928년은 와인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가치 있는 마법으로 느껴질지도. 슬픈 이면을 가진 행복기계부터 프리라이 대령이 내면에 간직한 타임머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할머니의 황홀한 요리까지 소년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이를 ‘잊으면 안 돼. 난 살아있어.’라고 표현한다. 더글러스는 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친구, 이웃, 가족까지도. 많은 사람과 상황 그리고 낡은 운동화까지 사랑하던 것들을 떠나보내며 겪는 상실감에도 또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한다.
삶은 결국 떠나보냄의 연속인가. 야속하다. 석양이 불타오르는 찰나, 그렇게 짧은 순간들이 한층 소중한 것임을 깨닫는다. 글에서 만나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 남게 되는 것이 와인이다. 모든 기억은 이 민들레 와인 속에 저장되고 여름은 끝난다.
산문시를 읽는 듯한 문장을 읽는 동안 브래드버리 그가 시인이었음도 알게 했다.
《민들레 와인》은 오래전 나의 열두 살을 찾아 나서는 판타지가 맞았다. 나의 글쓰기에 또 한 사람 스승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