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님

by rosa

딸이 DINK를 선언하고 퍽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딸이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미리 포기하지 않길 바랐다.

칠 년 후 복돌이가 찾아왔다.


황혼육아를 결정하며 나는 깊이 고민했고 아기의 부모인 딸, 사위와도 많은 소통을 했다.

내 개인적 주장은 '육아는 부모가 하는 것이 좋다'였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육아에 대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한 결정적 이유는 나의 전문성과 경험이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이었다. 굳이 하나 더 이유를 만든다면 과학자로 한창 발전하고 있는 딸이 육아로 인해 연구에 소홀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는 정도.


우리의 결정은 각자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팀플레이를 하자로 귀결되었다.

할머니는 주양육자, 아빠는 경졔적 지원, 엄마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복돌이가 행복하게 태어나서 성장하도록 우리는 정성과 역량을 모았다.


전문직으로서 일을 놓고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내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의 경력 단절은 다시 이어갈 기회가 있지만 육십 이후에 단절된 경력을 다시 이어가는 것은 만만한 일이 이니란 것을 잘 알기에 고민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노후 나의 쓰임새라 여기며 후회 없는 선택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레며 출발했다.


나는 신생아실 경험을 가진 간호사이다.

였었다.

두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 낸 경험이 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늘 새로운 도전을 했었고 지금 이 결정도 또 다른 색깔의 도전이 되길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이 인구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출산율이 저하되었다. 나라에서 국고를 탕진하듯 밀어 넣어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코 앞 문제 해결을 위한 임시방편만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왜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일까?


필리핀 이모님 백 명이 우리 아이들 육아를 위해 수입됐다.

이것이 출산율 저하를 막을 대책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영어를 가르칠 수 있어서 라는 말도 들렸다. 제정신으로 하는 정책인지 잘 모르겠다. 과연 그런 철학 없는 정책이 성공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차처 하고라도 육아를 단순한 돌봄이라고 보는 방식에 경악할 지경이다.

신생아기는 인간발달의 두 번째 시기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시기이다. 영 유아기도 학령기도 각 발달 단계별 과업이 있다. 교과서로 가르칠 수 없는 가족적 심리적 철학적 과제들이 주어진 엄청난 도전이 육아이다. 그런데 의사소통조차 원활하지 않고 문화차이도 뚜렷한 그녀들이 필리핀 자국에서 인정하는 라이선스 하나 들고 들어와 한국에서 4주 실습만으로 아이를 맡는다?

뉴스를 보도한 매체마다 달리는 댓글이 심상치 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e4TjFQFezkQ



필리핀 이모님들의 입국이 가사 도우미 자격이라면 내 글에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출산율과 육아, 영어로 하는 육아를 함께 논한다면 이는 좌시할 수만은 없다. 잘못된 정책이 아이들을 망치고 가정을 혼란하게 만들어 마침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 무관심하면 안 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막강 육아예비군이 있다.

누구보다 정성과 열성 다해 소중한 아이를 키워내고 사회에 근간인 가정, 가족을 튼튼하게 해 줄 램프의 요정, 바로 엄마이다.

조부모가 육아에 적극 참여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지금 결과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지자체에서 조부모 돌봄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시작단계라서 미약할 수 있지만 임시방편 땜질하듯 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브런치 작가들과의 소통에서 훌륭하게 손주양육을 한 또는 육아 중에 있는 많은 육아예비군을 만났다. 한결같은 사랑과 열정으로 육아에 임하는 건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은 양육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나 역시 매주 할머니 육아 관련 글을 발표하며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MZ세대가 말하는 출산을 위한 3M이 있다.


1. Muscle

2. Money

3. Mother


그중에 제일은 엄마라고 말하는 예비부모의 절박한 사정을 제발 잘 살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인구감소는 나라를 소멸시킬 위기임에 분명하다. 이런 시기에 잘못된 선택으로 혼란을 가져온다면 그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나는 복돌이 양육을 통해 행복한 황혼육아를 기록하며 기쁘게 살고 있다. 아이의 행복한 웃음이 가정과 사회에 얼마나 긍정요소로 작용하는지 널리 알리고 싶다.

젊은 부부가 출산을 미루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나의 글 한 줄이 밀알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기쁜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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