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의 루틴

by rosa

스물셋부터 간호사 일을 시작으로 참 많은 일을 경험 했다. 전공을 세 번이나 바꾸며 다양한 일을했고 여러 역할로 살았다. 삼십칠 년쯤 바쁜 일상을 대과없이 유지한 것은 잘 써진 시나리오를 정직하게 연기하는 배우로 살아서가 아닐까.


복돌이 육아를 전담하기 위해 마지막 역할 간호사 일에서 손을 떼었다.


자기 주도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였다. 처음 한 달은 나 있는 곳이 천국이었다. 그러나 딱 한 달 뿐이었다. 온전한 스물네 시간이 버거웠다. 항상 정해진 일과가 있어서 바쁜 반면 효율 높은 삶을 살 수 있었는데 처음 만나는 여유와는 친해지지 못했다. 복돌이 육아라는 중차대한 목표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일하듯이 하자.

목표를 세우고 실적을 달성하듯 하자.

의외로 답은 쉬운 곳에 있었다. 하루하루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들을 우선순위에 맞춰 진행했다. 영유아기에도 루틴이 만들어질지 장담할 수 없어서 주춤거린 시간이 아까웠다.


복돌이 루틴에 맞춰 나의 하루가 진행됐고 결국 할미의 루틴이 만들어졌다.


daily routine


6AM: 복돌이 출근 모빌이랑 놀기, 할미는 옆에서 졸기

7AM: 전일 차트 정리와 체온측정, 굿모닝 사진 복돌이 엄마에게 보내기

8AM: 이유식 만들기, 먹기

9AM: 복돌이 오전 목욕, 낮잠(혼자 잠들기), 할미 청소하기 및 침구, 매트류 일광 소독하기

10AM: 복돌이 책 읽기, 보행기 타기, 몸으로 놀기

12MD: 복돌이 낮잠(포대기로 재우기)

2PM: 이유식 먹기

4PM: 책 읽기, 그네 타기, 몸으로 놀기

5PM: 복돌이 낮잠(아가띠로 재우기)

7PM: 목욕하기

8PM: 꿈나라 가기(혼자서)

9PM: 빨래, 청소, 장난감 및 육아템 소독, 정리 정돈하기

1AM: 중간 수유하기


weekly routine


화요일: 유모차 소독 및 청소

수요일: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필터 청소

목요일, 일요일: 브레짜 이모님 분해 청소


모든 일정 사이사이 수유량과 배변량을 확인하고 기록하며 나의 식사와 독서, 글쓰기가 이어진다.

삼십 분 정도 유동적이지만 대개는 시간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나 역시 초보인지라 앞으로도 많은 배움이 필요하겠지만 황혼 육아를 계획하는 분들이 참고할 내용이면 기쁘겠다.


복돌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며 며칠 칭얼거려서 글 쓰는 루틴이 흔들렸다.

지금도 아가띠에 매달린 복돌이가 불평한다.


할머니 졸려요~~~.

오늘은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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