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의 가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붙는 곳, 바로 치샤산(栖霞山)이에요.
이름부터 운치가 있죠. ‘노을이 머문다’는 뜻을 가진 치샤—이름만으로도 붉게 스며드는 가을빛을 떠올리게 해요. 이곳은 특히 단풍이 아름다워 중국에서 가을 단풍 4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해요. 무엇보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천년 고찰 치샤쓰(栖霞寺)가 이 산의 기운을 한층 더 깊고 고요하게 만들어 줍니다.
난징 외곽에 위치한 치샤산은 오래전부터 ‘불교 성지’로 불렸어요.
남조 시대에 조각된 천불암(千佛岩),
1,500년이 넘는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은 사리탑(舍利塔)까지…
산 곳곳에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원래 11월 말이면 단풍이 절정이라고 하는데, 저는 조금 이른 11월 중순에 방문해서 온 산을 태울 듯한 붉은 단풍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입구부터 여기저기 떨어지는 단풍잎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 수 있어요.
시내와는 살짝 거리가 있어요. 난징 중심부에서 약 22km 떨어져 있다고 하니,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반양공원(半羊公园)역까지 간 뒤 디디를 타면 한결 수월해요. 입장료는 무려 80위안. 난징 관광지 입장료는 정말 자비롭지 않네요.
입구에는 옛 수향마을을 재현해 놓았는데, 작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더니 상점들이 이제 막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더라고요.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우체국카페였어요.
한국으로 치면 ‘우체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같은 개념인데, 중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된 곳이에요. 주문한 커피는 우체국 문양이 찍힌 컵에 담아주고, 옆에서는 우체국 굿즈도 판매하고 있어요.
커피는 어디서나 흔하지만, 국영기업인 우체국이 카페를 만든다는 시도가 신기하고 특별했어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실제 처음으로 마셔봐요.
드디어 치샤쓰 안으로 들어갑니다. 사찰 곳곳에서 향을 피우는 사람들이 묵묵히 기도를 올리고 있어요. 중국의 오래된 사찰에 들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그 특유의 매캐한 향 냄새—시간이 쌓여 만든 냄새 같아요. 천년고찰 특유의 무게와 고요가 그대로 전해지더라고요.
치샤산을 제대로 걷자면 보통 4시간은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시간이 부족해서 끝까지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아마 11월 말 절정기에 다시 찾는다면,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듯한 단풍을 제대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록 조금 이른 시기에 가는 바람에 사진 속 풍경처럼 화려한 단풍은 못 봤지만, 오래된 사원, 절벽에 새겨진 간절한 염원들, 그리고 사리탑에 배어있는 경건한 신앙은 단풍보다 더 깊은 인상을 주는 오래 기억에 남을 조용한 가을, 오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