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부터 사막의 간이 화장실까지, 청춘들이 성욕을 견디는 방식
먼저,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주변 군필자들의 증언, 그리고 오래전부터 떠도는 카더라를 바탕으로 쓴 에세이입니다. 대단위 설문조사가 아니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웃프고 짠하고 때로는 진지해지는 이야기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궁금하지만 묻기 어려운 질문이 있습니다.
스무 살 즈음의 건강한 청춘들이 한 공간에 빽빽하게 몰려 있는 곳. 핸드폰도 마음대로 쓰기 어렵고, 개인 공간이라곤 침대 한 칸이 전부인 그곳.
군대
거기 모여 있는 그 수많은 청년들은 도대체 그 욕구를 어떻게 다스리며 살아갈까? 누구에게 묻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안 궁금한 척하기엔 이미 너무 궁금해져 버린 그런 주제 말입니다.
여자들 입장에서는 가끔 이런 생각도 하잖아요. 그냥 좀 참으면 안 되나? 참는 게 기본입니다. 그런데 20대 초반 남성의 성욕이라는 게 말처럼 얌전하지 않습니다. 개인차는 분명히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식욕이나 졸음처럼 아주 원초적이고 때로는 민망할 만큼 강한 감각입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몇 군데를 탐험하기로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익명의 광장에서 풀어놓은 솔직한 후기들 속에는 분명히 어떤 진실이 있더라고요.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가끔은 슬프기도 한 그런 진실 말입니다.
스무 살의 몸은 테스토스테론의 정점
남성호르몬, 그러니까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녀석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대 초중반에 평생의 최고치를 찍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매년 1퍼센트씩 슬금슬금 줄어들어서, 7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 이하가 된다더군요. 즉, 우리가 군대로 보내는 그 청년들은 인생을 통틀어 호르몬이 가장 폭발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시기 남성은 그야말로 번식을 위해 최적화된 생물학적 기관에 가깝습니다. 호르몬은 단순히 신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뇌의 보상 회로를 끊임없이 자극해요. 시각적인 자극은 물론이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시기죠. 사회라는 넓은 들판에 풀어놓아도 주체하기 힘든 이 엄청난 에너지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공간에 압축해 놓았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청춘은 뜨겁고, 몸은 정직하고, 마음은 심심합니다.
그렇다면 참으면 어떻게 될까요?
참는다고 몸이 망가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몽정이라는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으로 알아서 빠져나오거나, 소변에 섞여 나온다네요.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에요. 금욕이 전립선에 나쁘다는 건 그저 속설일 뿐이고, 신체는 알아서 자기 균형을 찾는다고 합니다. 정액이 몸 안에 쌓여 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행이에요.
다만 심리적인 차원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욕구가 쌓이면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되거든요. 하루 종일 성적인 상상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집중력을 갉아먹기도 하고, 답답함, 예민함, 잡생각, 뻐근함 같은 불편감이 따라오기도 한다더군요. 흥미로운 점 하나는 남성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오히려 성욕이 더 높아진다는 거예요. 여성은 마음이 편안해야 욕구가 생긴다는데, 남성은 완전히 정반대인 셈이죠. 그 와중에 군대라는 곳은 스트레스의 종합세트잖아요.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막상 군대 안에서는 성욕이 잘 안 생긴다는 후기가 정말 많았어요. 새벽 기상, 점호, 훈련, 근무, 선임 눈치, 간부 눈치, 낯선 공동생활, 불편한 잠자리, 끝없는 피로. 이런 환경에서는 성욕도 가끔 두 손을 들고 말한다고 해요. 오늘은 저도 좀 쉬겠습니다, 하고요. 청춘의 뜨거운 불길도 네 시간 수면 앞에서는 한 줌 촛불이 됩니다.
별사탕에 약을 탔다는 그 유명한 전설
대한민국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전설이 있습니다. 훈련소 건빵에 함께 들어 있는 별사탕에 성욕 감퇴제, 일명 안나카가 들어 있다는 이야기요. 또는 취사병이 국에 몰래 약을 탄다는 변형 버전도 있죠. 누구는 콩나물이 문제라고 하고, 누구는 두부가 문제라고 하고, 또 누구는 고사리가 문제라고 합니다. 군대 식단의 거의 모든 식재료가 한 번씩 의심을 받은 셈이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전설은 사실이 아닙니다. 낯선 환경, 극도의 긴장감, 매일 이어지는 육체적 고단함과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훈련병들의 몸이 일시적으로 생존 모드에 돌입해 생식 기능을 잠시 꺼버린 것뿐이에요. 아침마다 찾아오던 신호조차 사라지자, 당황한 청춘들이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누군가 약을 탄 게 틀림없어,라고 귀엽고도 짠한 합리화를 시작한 게 수십 년에 걸친 밈이 되어버린 거죠.
그런데 이런 카더라가 별사탕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노년의 군필자분이 회고하시기를, 자기 시절엔 화랑담배가 지급됐는데 한 갑에 스무 개비가 들어 있고 그중 한 개비는 반드시 거꾸로 꽂혀 있었다고 해요. 그 거꾸로 꽂힌 담배 안에 성욕 억제제가 들어 있다고들 믿었다는 거예요. 또 다른 카더라는 논산훈련소 신체검사 때 맞는 주사 두어 대 중 하나가 성욕 억제제라는 설입니다. 매번 고사리 반찬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만드는, 그런 묘한 전설이죠.
흥미로운 건 이 카더라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1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미군과 영국군에는 솔트피터, 즉 질산칼륨이라는 똑같은 도시 전설이 있었습니다. 으깬 감자나 스크램블 에그에 그 약을 섞어 병사들의 욕구를 누른다는 이야기죠. 거대한 시스템의 억압 속에서 인간이 보이는 공통된 심리적 방어기제인 셈이에요. 내 몸이 이상한 게 아니야, 시스템이 뭔가를 했어,라고 믿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거죠.
진위는 모두 확인된 바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들었다는 이야기일 뿐이에요. 그런데 이런 카더라가 여러 세대에 걸쳐, 심지어 국경을 넘어 끈질기게 살아남는다는 건, 그만큼 군 생활에서 그 욕구가 다스리기 어려운 무엇이었다는 방증 아닐까요?
화장실 두 번째 칸에는
암묵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영내 해소의 풍경으로 들어가 볼게요.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공간은 놀랍게도 화장실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화장실의 특정 칸이요.
한 커뮤니티 글을 읽다가 정말 무릎을 쳤습니다. 어떤 부대에서는 여러 화장실 칸 중 한 칸이 암묵적으로 그 용도로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새벽에 누군가 그 칸에 들어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다른 칸으로 가준다고 합니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니고 매뉴얼에 적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런 룰 말이에요.
생각해 보면 이거 거의 사회학적 현상 아닌가요? 인간이라는 동물은 어떤 환경에 처하든 자기들끼리 룰을 만들며 살아가는구나, 싶어서요. 매뉴얼 없이 형성된 그 작은 약속이 어쩐지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목격담들도 적지 않더군요. 새벽에 화장실에 갔더니 어느 칸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는 후기, 문틈 아래로 그림자가 미친 듯이 요동치더라는 회고, 휴가에서 막 복귀한 선임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 시간째 안 나오길래 진짜로 쓰러진 줄 알았다는 웃픈 일화까지. 환풍기 소리에 묻혀 좁은 칸막이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그 청춘들의 뒷모습을 상상해 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어쩐지 가슴 한편이 찡해지는 짠내가 진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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