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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May 18. 2024

 내 손에 넣고 말리라


나는 매일 아침 집 아래에 있는 호수둘레길을 걸으며 운동을 한다.
운동길에는 찔레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서 코끝을 자극한다.
칡순들이 기승을 부리며 길가로 힘차게 뻗어 나와 있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길가로 뻗어 나온 순만 한 줌씩 뜯어다 말리는 중이다. 해마다 칡순을 말려서 물을 끓여 먹는데 땀 흘린 후, 마시면 갈증해소에 최고다.  

 호수 둘레길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높은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칡순이 울타리를 타고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나는 그 순이 욕심이 나서 끊으려고 손을 뻗쳐 보지만 내 작은 키로는 어림없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온몸을 늘리며 팔을 올렸다. 제자리에서 순을 향해 폴짝! 폴짝! 뛰어 보지만 닿을 듯 말 듯 약을 올린다.
'기어코 너를 내 손에 넣고 말리라.'  오기가 생긴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칡순과 주머니의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너 걸음 뒷걸음을 쳤다. 다시 앞으로 달리면서 도움닫기 점프를 하며 팔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드디어 손가락 끝에 걸렸다. 그리고 내 손에 넣었다. 성공이다. 칡순 한 가닥이 뭐라고 칡순을 내 손에 넣었다는 성취감으로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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