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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n 14. 2024

중요한 무언가를 흘려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밭에는 해야 할 일들이 지천인데 전 날, 마늘을 뽑다가 벌레에 물려 피부에 두드러기가 났다. 또 나갔다가 풀독 때문에 더 심해질까 봐  나가지 않았다. 심심해진 나는 집 아래 호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하고 싶어 커피를 내려 지붕 위로 올라갔다. 아무 생각 없이 앞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내 나이가 예순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예순의 나이를 이순(耳順)이라고도 한다. 이순(耳順)이 되면 귀가 열려 한 번 들으면 그 뜻을 알 수 있어 귀가 순해지는 나이라고 해서 이순(耳順)이란다.


 내게 예순은 비녀로 쪽을  찐 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환갑잔치를 하는 모습이 떠 오른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업고 춤을 추던 그 모습이 지금까지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할머니의 그런 모습은 내게 전혀 찾아오지 않을 아주 먼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할머니의 나이가 내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예순을 받아들였다. 아니 애써 담담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벌써 절반의 시간이 흘러갔다.
 60년을 살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정신없이 사느라 중요한 무언가를 흘려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 나이가 되어도 머릿속은 혼돈으로 가득해 무엇하나 명확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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