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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팔아서 소고기 사 줄게

by 작은거인


예치골에는 세 그루의 포도나무가 있다. 한 그루는 거봉이 달리고 두 그루는 일반 포도가 달린다.
남편은 해마다 포도나무에 가지치기와 순 치기를 해주며 농사에 최선을 다한다.


날씨는 가물어도 밭에는 풀들의 세력이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나는 일주일째 풀 뽑기를 하고 있다. 이번엔 고추밭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는다. 조금이라도 가뭄을 덜 타라고 고춧대 밑에 풀멀칭을 하고 있다.




남편은 그 옆에서 포도에 봉지를 씌우고 있다.
남편이 나를 부른다. 쭈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던 나는 저린 다리도 쉴 겸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포도나무에 흰색 봉지가 주렁주렁 달렸다.

남편은 나를 보고 싱글싱글 웃으며 한마디 던진다.
"포도 농사 잘 되면 이거 팔아서 소고기 사 줄게."
나는 남편의 말에 박장대소하며 포도에게 말을 던진다.
"그려. 포도야! 농사 대박 나서 나 소고기 좀 먹게 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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