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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n 30. 2024

 지문 검사하면  다 나와

묵은 양파 활용하기








 햇양파가 있으니 묵은 양파는 저장고에서 그대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저장고를 청소하면서 자리만 차지하던 양파는 밖으로 나왔다.  더워진 온도를 견디지 못한 양파는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멀쩡한 양파를 버릴 수는 없고 싹이 나기 전에 활용해야 하는데 딱히 좋은 생각이 떠 오르지 않았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비빔국수와 쫄면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를 보게 되었다. 주인이 비법을 소개하며 양파는 졸이면 졸일수록 단맛이 강해지는데 두 시간 이상 푹 졸인 후. 설탕 대신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묵은 양파를 활용해 김치 앙념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나는 아침을 먹고 양파를 까기 시작했다.

 남편이 일을 거들겠다고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말없이 양파를 까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손질한 양파가 맘에 들지 않았다.

나는 남편이 손질한 양파를 다시 손질하며 일을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남편은 본인이 한 것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당신이 깐 거 맞거든!"

"내가 깐 건 이쪽으로 놓았거든!"

"그쪽에서 가져온 거거든요!"

남편은 계속 본인이  손질한 것이 아니라고 우겼다.

결국 나의 목소리가 커졌다.

"당신이 깐 거 맞거든요! 지문검사하면 다 나와!"

지문 검사라는 말에 남편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알았어. 미안해. 잘할게!"


 남편의 지문검사까지 하겠다며 티격태격 깐 양파를 씻어서 솥에 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익은 양파의  달큼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활활 타는 불의 세기를 줄여서  은근하게  두어 시간 불을 땠다. 자작자작 줄어든 양파를 잔불에 뜸을 들이고 식기를 기다렸다.

솥뚜껑을 열어보니 단단했던 양파의 형체는 사라지고 흐물흐물해져 있다. 바가지로 퍼서 양푼에 담았다. 도깨비방망이로 곱게 갈아 놓고 보니 김치 양념으로 만들어 두기엔 양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걸 다 어떻게 활용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다음 일은 다음에 걱정하기로 하고 일단 저장고에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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