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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l 01. 2024

새벽부터 튀어나온 육두문자

 난 빨갛게 농익은 토마토를 바로 따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해마다 잊지 않고 토마토 모종을 넉넉하게 사서 심는다.
올해도 텃밭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렸다. 나는 매일 이제나 저제나 빨갛게 익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토마토가 붉게 익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며 창문 너머로 붉게 변하는 토마토를 바라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런데 내 즐거움도 아직 익지 않은 토마토도 남아나질 않는다.
직박구리라는 새의 입질 때문이다.
올해는 미처 익지도 않은 시퍼런 토마토까지 입을 대며 더 극성이다.
오늘 아침에도 토마토 줄기 밑으로 직박구리가 날아들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는 수세미를 집어던지고 텃밭으로 뛰쳐나갔다.
흙바닥 여기저기에 망가진 토마토가 떨어져 있다. 처참하게 망가진 토마토를 보고 화가 난 내 입에서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왔다.
야아!!! 이 새!!! %#_~:-*#@
직박구리 너!!!  #%~*#%@
아직 익지도 않은 시퍼런 것들을!! %#!^*%#@%

 한바탕 육두문자를 날린 나는 잎이 그늘을 만들어 토마토가 잘 익지 않아 잘라 주려고 전지가위를 찾아 손에 들었다.  싹둑싹둑 잎을 자르다가 그만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린 줄기를 잘라 버렸다.
곧 익을 텐데 그것을 잘랐으니 또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아! 진짜! %*#%~*#@♡*

 더 이상 직박구리에게 빼앗길 수 없다. 나는 후숙 시켜 먹으려고 붉게 변하기 시작한 토마토를 땄다.
잘려 나간 시퍼런 방울토마토도 아까워 버릴 수 없어 함께 가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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