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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l 14. 2024

감자 캐다 당한 깔따구들의 습격



 

 감자 잎이 누렇게 단풍이 들어 줄기와 함께 누웠다. 줄기가 누웠다는 것은 감자를  캘 시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감자는 물에 약해서 수확할 때 비가 오면 바로 썩느냐. 그래서 장마철을 피해서 수확해야 한다.  수확시기에 맞춰 심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하는데 귀촌 12년 차인 나는  해마다 시기를 놓치고 만다.

올해도 장마철이라는 이유로 감자 캐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다행히 이틀째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 틈을 이용해 감자를 캘 생각이었다. 그런데 잔뜩 흐린 날씨에 습도까지 심하다. 이런 날씨엔 모기나 깔따구들이 극성을 부린다. 풀 숲에 숨어 있다가 풀을 건들면 떼로 덤벼든다.

결국 벌레를 심하게 타는 나는 감자 캐는 일을 포기했다.


그리고  짬짬이 만들어 둔 재능기부 파우치에 끈을 끼우기로 했다.
 파우치 하나에 두 개의 끈을 끼워야 하니 150개면 300개를 끼우게 된다.

단순작업에 덤벼드는 졸음을 쫓아내며 끈 끼우는 일은 계속되었다. 오후의 시간이 한참이 지나도록 파우치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다.
좀이 쑤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잠도 깨고 닭들에게 사료도 줄 겸  집 뒤로 갔다.
사료를 주고 돌아서면 보이는 감자밭을 외면하지 못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장갑도 끼지 않은 손에 호미를 잡았다.

감자의 상태가 어떤지 일부만 캐 보기로 했다. 줄기를 걷고 호미로 조심조심 흙을 걷어 냈다.  제법 알이 굵은 감자가 쏙쏙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감자 캐는 일에 재미가 들린 나는 이왕 시작한 일이니 다 캐기로 마음먹었다. 작정하고 줄기를 뽑고 주변에 풀을 뽑았다.  숲에 숨어 있던 깔따구가 마구마구 덤벼 들었다. 벌레의 공격에  맞설 준비를 하지 않은 내 몸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독한지 옷 속까지 파고들며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호미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씨, 오늘만 날이냐? 내 느그들 하는 짓이 드러워서 안 캔다 안 캐! 
다음날, 온몸을 꽁꽁 싸서 완전 무장하고 에프킬라까지 듬뿍 뿌리고 나섰다.

"이놈들아! 어디 덤벼 봐라!"  나는 신나게 감자를 캤다. 그런데 이번엔 흙속에 숨어 있던 깔따구들이 튀어나와 얼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지고 간 에프킬라를 뿌려 가며 겨우겨우 감자를 다 캐고 나니 얼굴은 온통 두드러기  투성이다.

에효! 벌레들의 극성에 시골살이가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토실토실한 감자를 보고 있으니 마음은 흐뭇하다.

또 장맛비가 내린다. 감자전을 부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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