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Aug 26. 2024

화려한 꽃무늬 치마가 입고 싶어서


  엄마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 늘 티격태격했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뭐 그냥 그렇게 무덤덤하게 살았다.
 이차저차 2주 전에 고향에 모신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다.

 그리고 토요일은 엄마 기일이었다. 엄마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오래된 사진을 꺼냈다.   동생들과 통화하며 엄마  이야기를 하다 술을 조금 과하게 마셨다.
 술에 취해서 감정이 격해졌는지 유난히 엄마가 보고 싶었다. 흔히들 세월에는 장사 없다고 말을 하는데 이제 나도 늙어 가나보다.

 전날의 숙취가 남아 있어 그런지 몸은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축축 처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뒹굴거리는데 갑자기 화려한 꽃무늬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그러면 가라앉은 기분이 다시 벌떡하고 살아날 것 같았다.
작업실로 들어가 제일 화려한 무늬의 원단을 골랐다.
치마의 기장을 가늠하고 대충 쭈욱쭉 찢어 16폭으로 잘랐다.
 다시 A형으로 재단을 해서 이어  붙여 주름을 잡았다.
 하드 심지를 이용해 허리 밴드를 만들어 여밈 치마를 만들었다. 허리를 고정하기 위해 여미는 끈대신  앞부분에 양쪽으로 단추구멍을 내어 단추를 달았다.

 
 치마를 만들고 나니 위에 맞춰 입을 적당한 옷이 없다. 기분이 우중충 하다 보니 복잡한 옷은 만들기 싫어 다이마루 원단으로 단순한 디자인의 티를 만들었다.  옷을 만드는 동안 가라앉았던 기분도 살아났다.
  위아래 옷을 매치해서 입어보니 뭐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선풍기 바람에  꽃무늬 치마가 하늘하늘 춤을 춘다. 거울 앞에 서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본다.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공주 같아!'라고 중얼거린다.  그소리가 싫지 않아  '늙은 공주?'라며 반문했다.  남편은 대답대신 다시 빙긋이 웃어 보인다.

  작은 키에 어울리던 그렇지 않던 어차피 자기만족이니까! 오늘은 요래 입고 꽃차 만들기 수업에 다녀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을 떠난 햇살은 마당을 기웃거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