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던 날
가을비는 겁쟁인가? 혼자 오면 무서운지 친구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번개를 데려오고, 천둥이를 데려왔다. 거기에 폭우가 따라붙었다.
조용하던 숲속은 그들의 매질에 비명을 지른다.
예치호수에서 제1회 물수제비 뜨기 대회가 열렸다. 겁쟁이 가을비가 바람들을 불러 모았다.
회오리바람. 노대바람. 높새바람, 샛바람. 하늬바람. 소슬바람. 춤바람. 치맛바람에 이어 허리케인까지 참가 신청을 했다.
숲속 부부도 수제비를 뜨기 위해 밀가루에 물을 부어 뭉쳤다. 감자를 깍둑썰어 수제비 뜨기 대회에 참가했다. 산허리를 감아 도는 운무와 떡갈나무, 소나무는 관객이다. 숲속 친구들은 물수제비 뜨기 대회를 응원하느라 열광했다.
선수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우박보다 굵은 빗방울을 날린다.
회오리바람이 날린 수제비는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다 사라졌다.
센바람의 수제비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노대바람은 물보라만 일으키다 사라졌다.
샛바람. 하늬바람은 서로 부딪히는 바람에 하늘로 솟았다.
소슬바람의 수제비는 물 위에서 미끄러지듯 살랑살랑 춤만 추고 있다.
춤바람과 치맛바람은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실격당했다.
허리케인은 태평양 바다에서 놀다 비행기 시간을 놓쳤다는 연락이 왔다.
숲속 부부도 밀가루를 납작하게 만들어 똑, 똑, 똑, 육수 위로 던졌다.
부부의 수제비는 물 위로 사뿐사뿐 떠 올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틀간 열렸던 대회는 끝났다. 우승자는 없다.
선수들이 떠난 호수에는 부부의 수제비 냄새만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