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무거운 거름포대를 가져와 밭에 뿌린다. 아내는 쇠스랑으로 거름을 골고루 펼친 후, 두 자루의 삽을 가져왔다. 남편: 삽 이리 줘. 아내: 거기 있잖아! 남편: 그거 줘! 아내: 왜? 남편: 당신 힘들잖아. 아내: 나만 힘들어?
부부의 무뚝뚝한 대화 속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이 녹아 있다.
귀촌 후, 부부는 10년 넘게 같이 텃밭 농사를 짓는다.
농사 경험이 없는 남편은 삽질하는 것을 유난히 힘들어했다. 아내는 그것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삽질을 거들고 싶었다.
부부는 말없이 삽질을 해 나갔다.
하늘은 회색 빛이었고, 쉬지 않고 솟는 땀은 옷을 적셨다. 땀 냄새에 독이 오른 가을 모기는 사정없이 덤벼들었다.
마늘을 심을 수 있게 밭두둑을 올리고 고랑을 만들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른 몸이 잠을 불러왔다. 자꾸만 내려오는 눈꺼풀이 몸을 눕혔다.
끝물 고추를 따야 하는데 후드득후드득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제법 굵다.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쉬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고추를 따야 하는데 후드득후드득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제법 굵다.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쉬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우산을 쓰고 고추밭으로 갔다.
남편도 우산을 쓰고 고추밭으로 왔다.
아내: 왜! 왔어?
남편: 비 오는데 당신 안 들어오잖아.
아내: 당신 옷 다 졌잖아. 나 혼자만 젖으면 되지.
남편: 당신 감기 들까 봐 그러지.
부부의 한 손은 우산을 잡고 또 한 손은 고추를 땄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가을교향곡으로들렸다.
앞에서 우산을 쓰고 고추를 따는 남편을 보며 문득 부부로 산다는 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는 내 생각은 맞고 상대의 생각은 틀리다.' 으르렁 거리며 싸우기도 했다. 남자와 여자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방법을 몰랐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조금씩 인내를 배웠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부부로 살면서 내가 틀리고 상대가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표현하고 살려고 노력 중이다. 조금 더 너그럽게 굴자. 조금 더 따뜻하게 감싸주자.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여전히 상대가 미울 때가 많다. 오늘도 마음에 참을(忍) 어질(仁) 자를 새겨 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