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는 왜 산화했는가.

by 언더독

Billie Eilish - No Time To Die

https://www.youtube.com/watch?v=GB_S2qFh5lU


원래는 지금 이미 잠에 들었어야 한다. 출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쉬는 날이 없기 때문에 매일의 밤, 수면을 잘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잠이 오질 않고, 어차피 못 잘 것이라면 일을 하는 게 낫다. 내일은 내일의 혼으로 버티면 될 일이다.


자유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온전히 갈아 넣는 시간을 오랜 세월 거치다 보면, 삶이 신비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나도 이를 모르며 살아왔으나, 최근 들어서 깨달았다. 자유인이라는 개념은 표면적인 경제적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돈은 수단일 뿐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나의 공동체를 수호하는 것을 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흔히 말하는 부자가 되는 길 그리고 부자가 된 상태는 절대로 안락한 과정 또는 안락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속성이다. 특히, 보통의 시작에서 부자가 되는 과정보다 악조건의 시작에서 부자가 되는 과정이 더욱 전투적이다. 전투적이라는 것은 일찍 사망을 하거나 갑자기 사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리고 시작점과는 무관하게, 부자가 된 상태의 삶을 지켜내는 것은 더더욱 고통스럽고 고독한 시간이 된다.


그럼에도 나는 자유를 간절히 원하며, 수반되는 대가를 감내하려고 한다.




공동체의 수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어젠다는 겉보기에는 꽤 모범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들고 나오면 대중들은 좋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역설적인 점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주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내 모든 생명력을 산화시키고 있다. 내 주변에 있어 아주 극소수의 인물을 제외하면, 아무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대다수는 나를 질려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끼리 모이며, 그들이 하고자 하는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즐긴다.


분명히 '좋은 마음을 가지는 대중'의 대부분은 내가 평소에 보는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이다. 진정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은 이렇듯 강력한 고독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을 처음 자각하기 시작할 때, 이게 뭔가 싶은 기분이 든다.


거기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가 갈 길을 간다.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또한 이것은 내게 원동력을 준다. 보통의 사람들에게서 역설을 느끼면 속이 메스껍게 되며, 그런 불쾌감을 떨치기 위해 나는 더 먼 궤도로 올라가고자 함이 원리라면 원리이다.




자산을 쌓는 과정에 있어서, 흔히 말하는 클리셰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드머니를 모으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는 이야기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나, 나는 이것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직접 겪은 것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 맞다. 그리고 시드 머니가 모인 상태에서 그것을 증식시키는데 보내는 삶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자산이 축적된 삶 또한 고통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이다. 이제는 지켜야 할 것이 생겼기 때문이고,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중압감을 24시간 365일 등에 지고 호쾌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상당량의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다. 빗속에서도 춤을 추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는 격언과 같다. 실제로 좋은 사람이 새로 나타났을 때, 그 사람이 나를 배신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의심해야 한다. 반대로 실제로 나쁜 사람이 새로 나타났을 때도, 그 사람이 사실은 선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고 보아야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가 역겨워질 때도 있다. 솔직하고 싶다. 나는 작가니까.


그저 감상적으로 살다가는 한순간에 파멸이 초래될 수 있다. 나의 시기 이른 파멸은 곧, 내 공동체의 파멸이 된다.


일이 잘 풀릴수록, 시간을 알차게 보낼수록 그러한 삶은 내게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나는 그것이 잘 느껴진다.




나는 생각한다. 과연 이러한 삶이 대다수에게 주어질 수 있는 것인가. 주어진다 한들 그들이 손아귀에 쥐고 있으려고 할 의지가 과연 있을 것인가. 이것은 들끓는 뜨거운 황금을 맨손으로 쥔 것과도 같다.


어디선가 읽었던 천재에 대한 일화가 생각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지능이 높았던 미국인이 있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조기 졸업은 당연했고, SAT(미국 수능)을 칠 나이대도 안되었는데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교수를 했다고 했다. 이 인물은 20대가 되자 돌연 잠적했다.


몇 십 년 후 우연찮게 이 사람이 발견되었다. 장소는 증권거래소였고, 거기서 중개인들의 잔심부름을 하는 보조로 생계를 이으며 조용히 비루하게 살고 있었다고 했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나는 이 길이 아니면, 삶의 뜻을 찾지 못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이 길을 추구하지 않으면, 자기 파멸의 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것을. 그러한 위험한 폭풍이 내 가슴속에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오늘 이 글을 쏟아낸 것에는,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어린 사람들에게 일종의 블루프린트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절대로 명랑한 생각으로 이 길을 걷지 말기를 당부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글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큰 대가가 따른다. 성공포르노를 찍어대는 일부 유튜버들의 집과 차, 쭉쭉빵빵 마누라를 보며 엉뚱한 길로 세뇌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스스로에게 자문하라. 감당할 것인지, 감내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 길은 삶의 끝이 도래할 때까지 고통과 고독이 몰아치는 척박한 전투가 될 것이다.




영화 속 구절 한편을 띄우며, 글을 마친다.


no-time-to-die-daniel-craig-lea-seydoux-gwp-3-1024x684.jpg 진정 사랑하는 여자의 미소는 목숨 걸고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 아닌 삶이다.

난 더 오래 살려고 애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뜻깊게 쓰리라."

- '007 No Time to die' 中 '제임스 본드'의 작전 중 사망 후, MI6 본부에서의 추도사.






이전 13화미장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