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

죽을 때 까지

by 언더독

Quizas, quizas, quizas - '화양연화' soundtrack 中

https://www.youtube.com/watch?v=1g5KlXig1ZY


많은 숫자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과거에 비해 구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책임감이 느껴진다.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쓴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떳떳하며 기왕이면 읽는 사람에게 실용을 제공해야겠다는 내 똥고집을 말한다.


최근 새로운 손님들이 많이 왔기 때문에, 나의 정체성에 관해 논하는 글을 지금쯤 쓰면 적당하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미장센'에 관해 써볼 것이다. 샴푸로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미장센'은 원래 영화 용어이다.



mise en scène

미장센(mise en scene)은 본래 연극무대에서 쓰이던 프랑스어로 ‘연출’을 의미한다. 영어로 표기하면 'Putting on Stage'로 직역하면 '무대에 배치한다'란 뜻이다. 연극을 공연할 때 희곡에는 등장인물의 동작이나 무대장치, 조명 등에 관한 지시를 세부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므로 연출자가 연극의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에 있는 모든 시각대상을 배열하고 조직하는 연출기법을 말한다.



나는 영화광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미장센이 뛰어났던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다. '올드보이'의 대표적인 미장센은 보랏빛 바탕에 눈꽃무늬가 그려진 소품들이다. '화양연화'의 대표적인 미장센은 새빨간 커튼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는 대표적인 미장센이라 꼽을 것은 없으나, 타란티노 감독만의 색채와 감각이 짙게 느껴지는 탓에 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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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한 미장센은 영화 줄거리의 복선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또는 중요한 대목에서 감독의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영화 말미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의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미장센이 잘 갖추어진 영화일수록,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영화 한 편 보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준다.




미장센과 반대되는 개념이 있다. 몽타주 이론이다. 한 장면에 오래 머물며 사물의 모습과 배치 그리고 구도를 장시간 보여주는 미장센과는 반대로, 몽타주 이론은 다양한 다른 장면을 짧게 자주 편집하여 영상미를 만든다.


그래서 사실주의 성향의 평론가들은 미장센을 좋아하고, 몽타주를 싫어한다. 몽타주는 본질적으로 현실을 조작하는 특징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현실 세계를 그대로 솔직하게 반영하고자 하는 사실주의와는 대비된다는 것이다.




나는 영화감독이 아닌, 글 쓰는 작가이다. '언더독'은 사실주의를 지향한다. 그래서 몽타주보다는 미장센을 추구한다. 그래서 오늘 글의 제목이 미장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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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고가 실용적인 액션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나는 대한민국 하위 4%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기초수급대상자와 차상위 계층을 넘나들던 암흑의 시기가 있었다. 때때로 동사무소에서 주는 긴급구호물품을 먹어야 하던 시절이었다.


영혼에 새겨진 결핍은 무한 동력이 되었고, 폭주하는 청년으로 장성하였다. 대한민국 상위 0.84%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지금은 상위 어딘가까지 도달했다. 앞으로도 갈 길이 구만리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몽타주이론 같은 삶을 살게 되면, 내가 가진 비전을 성취할 가망이 없다. 그만큼 내 삶의 난이도는 극악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다른 사람들 인생도 결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 누구에게나 세상은 강력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조작하여 자기 혼자만의 가치관 속에서 삶을 살아가게 되면, 논리적이지 못한 선택의 연속이 될 확률이 높다.


각자는 자기 소신대로 사는 것이라, 어떤 삶이 맞고 어떤 삶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주의 자유진영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먹고사는 경제문제가 있고, 신경 써야 할 피붙이들이 있다는 점은 그저 사실이다.


논리 오류가 있는 사회적 통념, 경제적 통념을 식별하는 것. 그리고 왜 논리에 오류가 있는지, 논리가 맞으려면 어떻게 돼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주된 방향이다. 이것이 많은 가난한 인생들을 구제하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이 근거라면 근거이겠다. 나는 가난한 집의 나이 어린 친구들이 내 글을 많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경제적, 철학적 미장센을 제공할 것이다. 다채로운 구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순서와 배치를 이리저리 바꿔보기도 할 것이다. 거기에서 피부에 와닿는 실전에서 쓸만한 열매를 챙겨가길 바란다.


바라는 것은 없다. 스스로와 피붙이를 구제하는 강인하고 명예를 아는 전사가 되길 바란다.


a0c90b5320768091e1e5fe33509ffe22.jpg 글은 죽을 때 까지 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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