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다. 10시간 근무하고 밤에 퇴근했다. 씻고 글 쓴다. 오늘 글은 퇴근길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이다. 지난 글이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기에, 이번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곳의 해가 다 떨어지면 골목길은 붐빈다. 여기는 서울 할렘가이다. 빈부격차가 극명히 갈리는 동네이다. 나는 일부러 슬럼화된 지저분한 구역 근처에 산다. 거주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곳일수록 유흥가가 발달되어 있다. 술담배에 찌든, 존엄을 놓아버린 5060들이 많이 보인다.
구두 속에 부은 발과 다리를 이끌고 골목을 가로질러 온다. 네온사인이 내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간다. 담배 연기와 횟집 수족관에서 넘쳐 나온 물비린내가 섞인 냄새가 난다. 늘 지나오던 길에서 오늘 새로이 본 것은 3살 갓난아기처럼 아스팔트 바닥에 나앉아있던 노인이었다. 그의 옆에는 지팡이와 비닐봉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철학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매사 옳은 일을 하려고 많이 노력하기는 한다. 그뿐이다.
나는 노인의 팔과 등을 지탱하여 일으켰다. 나뒹굴던 지팡이와 뭐가 담겨있는지 모를 봉지를 양손에 쥐어주었다. 노인은 고맙다는 말을 했고, 나는 간단히 목례를 하고 갈 길을 갔다.
가난했던 유년기의 거주지가 유흥가 근처였던 점, 돈을 벌기 위해 다녔던 위험한 제3세계 국가에서의 지난 경험을 돌아보면 이게 멍청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길에서 그런 사람들을 감상적으로 도우려 했다가 괜한 화를 입는 경우가 있다.
나는 성자가 아니다. 내가 이렇게 한 큰 이유는 2가지가 있다.
첫째 : 많은 인파 중 단 한 사람도 노인을 돕는 이가 없었다.
둘째 : 다시 말하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올바른 일을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순전히 내 이익을 위해서이다.
나는 스토아 철학을 기반으로 삶을 산다. 인간은 올바른 일 즉, 미덕을 실천할 때 영혼에 평화가 깃든다. 올바르지 않은 일을 하면, 흔히들 말하는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그 기분의 파워가 크게 되면 '후회' 또는 '한'이 된다. 그런 마음 상태로는 영혼에 평화를 깃들게 할 수 없다. 찰나의 현재마저도 영혼을 지저분히 산다면, 나는 평생 평화로울 수 없다. 그래서 내 이익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그런 일을 한들, 그 노인과 나의 인생에 대단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그러나 내가 겪었던 오늘의 일을 글로 쓴다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무언가 생각하게 되는 여지를 만든다면 작은 변화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 만큼은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럴 것이라 믿고 싶다.
한국무역보험학회의 논문을 읽어본 적이 있다. 연구 주제는 '경제요인이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분석 결과 : 연구대상 전체 국가에 대한 모형분석 결과는 경제 변수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범죄율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비교분석 결과 GDP 성장률, 실업률, 인플레이션이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의 범죄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하였다. 반면, 소득 불평등과 교육 수준은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의 범죄율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떠한 과정의 사고방식이 되었든, 표면적인 행동이 타인의 불행을 조금이라도 돕는 것이 된다면 범죄율이 낮아질 수 있다.
나 역시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비인간적으로 가난했거나 불행했던 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범법적인 행동으로 가난을 극복하려 했을 확률이 꽤 있었다. 기회도 꽤 있었다. 그들이 있어주었기에 지금의 합법적인 내가 있다.
한국은 선진국이다.
선진국 또한 어떠한 방면에서는 범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소득 불평등의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개개인이 조금이라도 오늘 글에서 언급한 나의 생각을 품에 쥐고 산다면, 말도 안 되는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우리 2030 세대가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낳을는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그러한 범죄에 노출되지는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누가 우리의 보잘 것 없는 행동을 신경이나 쓰겠나 싶더라도, 하늘은 우리를 보고 있다. 그러한 인식이 우리의 영혼에 평화를 깃들게 할 것이다. 애초에 누가 신경 쓰는 것을 신경 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
1988년에 발생했던 '지강헌' 사건이라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의 내용을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해,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수감자들이 호송 중 탈출을 한 사건이었다. 그중 일부 무리가 '지강헌' 무리였고, 그들은 가정집에 숨어든다. 거기서 인질극을 벌인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절도를 비롯한 작고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었다. 그 점은 사실이다.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 부조리가 그들의 범죄행각에 기름을 끼얹은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는 한, 부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유토피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Nowhere'이라는 의미이다. '아무 데도 없다.'라는 의미이다.
그에 대한 위험한 적개심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이웃집 사람들, 친구, 학교 선생님, 직장 동료들, 집 앞 식당 사장님들이다. 정치인이나 경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토요일 밤 되시길 바란다.
물론, 나는 내일도 출근한다.
Bee Gees - Holiday
https://www.youtube.com/watch?v=boqNwuYh_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