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여름 여행 4 일차_2
신트라와 호카곶을 다녀온 후 저녁엔 윌씨아저씨와 탁한 기침누나와 함께 시내에서 열리는 야시장에 가기로 했다. 우리가 리스본을 찾았던 시기에 축제인지 야시장이 크게 열려있어서 갈 수 있었다. 그냥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야시장의 느낌으로 동남아 야시장의 유럽버전이었다.
그전에 남는 시간 동안 전날 날씨가 별로여서 이쁘지 않았던 코메르시우 광장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여기저기서 팔던 생선 크로켓(?)을 사 먹으며 이동했다.
혹시 모르니 하나만 사서 나눠먹었는데 정말 잘했던 것 같다. 우리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날은 날씨가 좋았고 날씨덕인지 흐릴 때 보다 훨씬 멋졌다.
광장 중앙에서는 비보이들이 춤을 췄는데 생각보다 못 춰서 놀랐다.
날씨가 좋으니 저 멀리 예수상과 4월 25일 다리도 잘 보였다.
주제 1세 기마상을 뒤로 개선문까지 광장에서 보는 모습들이 다 멋있었다.
우리는 여유롭게 광장을 산책하고 근처 레스토랑에 앉아서 맥주 한잔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야시장]
숙소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윌씨아저씨와 기침 탁한 누나와 우리는 야시장을 구경하고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해가 져가는 리스본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여기까진 윌씨아저씨가 찾은 스폿이어서 즐거이 봤는데,,,
야시장을 여는 장소가 어딘지 도통 찾기가 힘들었다.
기침 탁한 누나가 우리를 인솔했는데,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리스본 시내를 몇 번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구글맵에 나오는 것도 아니라 우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인솔하는 사람은 또 그 마음이 아니니 조급함과 미안함으로 이곳저곳 가게 들어가서 물어물어 찾을 수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보니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생각보다 작은 야시장이겠거니 했는데!
사람도 별로 없는 작은 입구로 들어가니 어디서 왔는지 모를 엄청난 인파가 있었다.
기침 탁한 누나도 이제야 안심하고 구경할 수 있었다.
여러 길거리 음식도 있었고,
골목마다 설치된 큰 스피커들에선 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직화구이들이 너무 많아서 골목이 온통 연기였다.
우리도 하나씩 먹었는데, 저 생선은 다들 도전 못했다.
생선을 통째로 빵사이에 끼워먹던데 그건 좀 힘들어서 돼지고기와 맥주를 먹었다.
배도 부르게 길빵을 하곤 윌씨아저씨가 샷을 쐈다.
그땐 그냥 먹었는데 돌이켜보니 달달한 게 미드(벌꿀주)였나 싶다.
다들 살짝 흥이 올랐지만, 이 날 저녁에 호스텔에서 진행하는 파두 관람이 있어서 다 함께 파두를 보러 가기로 했다.
[파두, Fado]
파두는 리스본에서 생겨난 포르투갈의 한이 서려있는 전통음악이라고 한다. 저녁이 되면 여러 레스토랑에서 파두공연을 하는데 어두운 분위기에서 듣는 것이 전통이라 우리가 갔던 곳도 어두웠다.
노래는 참 좋았지만 듣는 사람들의 안 좋았던 매너 때문에 망친 공연이었다.
와인 한 병을 시키고 홀짝거리다 보니 공연시작시간이 되었고 다들 조용해졌으나,,,, 딱 두 팀이 시끄러웠다.
우리 옆에 앉은 캐나다 커플과 미국인들 해서 4명(이제 갓 스무 살쯤 된 애들이었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니 페이커 아냐고 게임이야기를 엄청 하다가 우리가 별 관심 없어하니 자기네들끼리 주체 못 하고 떠들어댔다.)
그래도 이 친구들은 주위에서 머라 하니 좀 눈치라도 봤다.
문제는 앞에 한 10명 정도 앉은 아저씨들 중 한 명이 술이 취해서 공연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시끄럽게 했다.
주위에서 쉬~~~~~~ 쉬~~~~~~~라고 많은 사람들이 눈치를 주고 짜증을 냈지만 한 10초 조용해지곤 다시 떠들어댔다.
노래는 여러 가수들이 차례대로 부르는데 마지막엔 연배가 있는 남녀가 듀엣을 했다.
여자 가수들이 차례대로 부르다 갑자기 레스토랑 한쪽에서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며 나타났는데 약간 소름 돋았다.
노래도 잘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그 시끄러운 놈한테 가서 노래를 빙자해서 샤우팅 몇 번 하곤 마지막에 악수 한번 해줬는데 그것도 멋있었다. 요런 즉흥성(?)도 인상 깊었다.
여하튼 다음번에 기회가 돼서 파두를 본다면 좀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야 될 것 같다.
파두 공연은 삼십 분 안으로 짧게 끝났다.
우리는 조금 아쉬워서 한 번 더 산책을 하고 멀리까지 걸어가서 야식까지 먹었다.
여씨가 사랑하는 문어 다리와 맥주를 한잔씩 마무리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내 기억으론 새벽 한두 시쯤 된 것 같았다.
서쪽 바다까지 보고 온 후 시내에서 관광을 계속해서 그런지 엄청나게 피곤했지만 여행의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 늦게까지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서 기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