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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비어 Mar 16. 2023

벨기에 맥주여행_와인 같은 맥주 로덴바흐

22년 겨울 여행 1일 차_2

[플렌더스 레드에일]

플랜더스 레드에 일은 벨기에의 북쪽인 플랜더스 지방에서 만들어진 붉은색을 띠는 맥주이다. 이 맥주는 양조 후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키고 병입 하여 만든다. 오크 숙성을 통해서 가해지는 아로마에 달콤한 몰트의 맛과 젖산 때문에 생기는 새콤함이 어우러져 일반적인 라거맥주와는 거리가 있는 맥주다. 한국에서는 와인맥주라고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마셔봤을 수 있는 두체스 드 브루고뉴라는 맥주가 있는데 예쁜 병디자인과 마케팅의 성공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다. 이 또한 플랜더스 레드에일 스타일이다. 물론 맛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두체스 드 브루고뉴보다 좀 더 꿉꿉하고 새콤달콤한 맛의 밸런스가 좋은 로덴바흐를 훨씬 더 좋아한다. 특히나 벨기에의 람빅 스타일이나 사워한 맥주의 입문용으로 좋다고 생각하기에 주위에 추천을 하기도 한다.


두체스 드 브루고뉴(왼쪽), 로덴바흐(오른쪽)


[양조장으로]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베스트블레테렌이 있는 벨기에 서쪽에서 람빅양조장들이 있는 동쪽의 브뤼셀 사이에 갈만한 양조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맥주 양조장들을 하나하나 찾아봤다. 그러던 중 로덴바흐 양조장이 베스트블레테렌과 그리 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베스트블레테렌의 Sint-Sixtus수도원에서 차를 타고 40분가량의 거리에 로에세라르(Roeselare)라는 작은 도시가 있고 그곳에 로덴바흐 양조장이 있다. 나는 여행 전에 저녁시간의 투어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

로에세라르에 시내 쪽에 숙소를 잡고 시간에 맞춰 양조장에 걸어가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가는 길 도로가 난장판이었다. 공사인건 이해를 하겠는데 간이 인도라도 만들어 놔야 하는 건 아닌지 의도치 않게 갑자기 갯벌체험(?)을 하며 가까스로 양조장에 다다랐다.

양조장에 도착하고 투어시간을 기다리며 안쪽을 보니 올드하면서도 예쁜 붉은 벽돌 건물이 보였다.


[양조장 투어]

조금 기다리니 가이드가 왔다. 나중에 이야기해 보니 이 동네에 거주하는 분이었고 IT 쪽 교육을 하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가이드는 취미로 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맥주를 좋아하면 부업으로 가이드도 하는지 흥미로웠다. 여하튼 운 좋게도 평일 저녁타임이라 투어 인원이 없어서 개인투어를 받을 수 있었다.


먼저 갔던 곳은 바로 앞의 제맥실이었는데 지금은 사용을 하고 있지 않지만 투어를 위한 공간으로 잘 만들어 두었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리에 물을 적당히 주고 싹을 틔운 후 잘라내고 수분을 다 말려 사용하는데 이를 맥아라고 한다. 맥아를 만드는 과정을 제맥과정이라고 하는데 로덴바흐는 제맥을 직접 해서 양조까지 했다고 한다. 둥근 타워형 건물 중심에는 큰 아궁이 같은 곳이 있고 뜨거운 열기를 이용하여 제맥을 했다고 한다. 한 바퀴 쭉 돌며 구경을 하고 새로 만든 통유리 안의 양조장을 지나쳐서 오크 숙성실로 향했다.


[끝없는 오크통]

로덴바흐에선 오크통을 로덴바흐의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소개를 한다. 일반적인 맥주는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일정기간 발효를 하면 끝이지만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오크통에 숙성하는 맥주들도 있다. 로덴바흐도 그러한 종류의 숙성을 거치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오크통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다. 이 오크통을 푸더(Foeder)라고 부르고 사실 오크통보다는 오크 탱크가 맞는 말이다. 로덴바흐 양조장은 12,000L에서 65,000L의 푸더 총 294개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규모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로덴바흐에는 푸더를 만드는 기술자도 일하고 있어서 유지보수 및 계속 제작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로덴바흐의 특별한 자랑거리인 푸더이기에 투어에서도 하이라이트가 이 푸더들을 쭉 둘러보는 것이다. 내부에 각 층 별로 크기별로 세워져 있는 수많은 푸더를 보다 보면 로덴바흐 양조장의 규모를 체감할 수 있다.

"The 294 foeders are the heart, the soul and the spirit of Rodenbach."


이렇게 양조장의 숙성실을 쭉 구경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홀이 나온다. 아래의 제일 왼쪽 사진에 있는 홀에서는 결혼식도 한다고 하니 이 양조장은 로에세라르에서 일반적인 양조장 이상의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은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우리가 불을 켜고 들어가서 불 끄고 나가는 상황이었지만 넓은 공간에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홀에서는 로덴바흐의 맥주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본맥주들을 테이스팅 하고 맥주 세트를 두 세트까지 구매하고 투어는 끝이 났다.

오른쪽의 병 3개에 잔 1개 두 세트를 구매했는데, 잔을 제외하고 맥주가격만 봐도 평소에 구매하는 가격의 2/3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금색 빈티지 라인이어서 지금까지도 특별한 날 한 번씩 마시고 있다. (참고로 빈티지 라인은 2년간 푸더에서 숙성하고 덜 숙성된 맥주들과 블렌딩도 하지 않은 진한 맥주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갯벌을 지나갔어야 했기에 신발도 엉망이 되고 만만치 않았지만 트렁크에 맥주까지 넣어두니 마음이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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