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독립영화를 만드는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본다
필자는 4년 전 회사를 때려치우고 현재는 독립장편영화를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겉으로 ‘와! 멋있다’ 말하지만, 속으로
‘쟤 어쩌려고 저럴까?’라는 마음의 소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들린다.
이번 글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제작과정을 직관적으로 비교해 독립영화를 만들려는 몽상가들에게 현실과 대안을 동시에 보여 주려 한다
거두절미,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레디, 액션!
상업영화 : 성공한 원작을 돈(자본) 주고 사 온다.
독립영화 : 감독이 시간(자원)을 쏟아 창작한다.
상업영화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다. 고로 이윤을 창출하려면 대중이 영화표를 ‘내 돈 내산’할 만한 스토리를 준비해야 한다. 이미 성공한 소설, 만화 등의 원작, 혹은 이미 성공이 보증된 스타작가들이 만들어낸 시나리오를 거액을 주고 사 온다. 그 후 여러 명의 능력 있는 작가들을 섭외해 여러 차례 각색의 각색을 거치게 된다.
반면,
독립영화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쉽게 말해 돈 없이 찍는 것이 미덕이다. 성공한 작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작가주의’라는 용어로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창작하는 형식이다. 각색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으며 시나리오 검토도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나리오,
한 번도 극장에 상영된 적 없는,
미공개 영화가 감독의 ‘하드 드라이브’에 고스란히 저장되기도 한다.
필자 역시, 그런 작품이 있다.
상업영화 : 누구나 보면 ‘우와!’ 할 멋진 배우를 자본으로 섭외한다.
독립영화 : 누가 봐도 ‘우엥??’ 할 배우를 최저시급으로 섭외한다.
필자는 매우 찔린다.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변명을 하면, 상업영화의 목적은 ‘이윤추구’, 독립영화의 목적은 ‘자본으로부터 독립’이다.
번역하자면, ‘우리는 돈 없이 의미 있는 영화를 찍어 보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넷플릭스’와 ‘디즈니+’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이 이름 없는 감독과 이름 없는 배우가 나오는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까? 관객들도 답답하겠지만 이런 영화를 생산해야 하는 필자 같은 자들의 마음은 ... 찢어진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맨 아래에 한꺼번에 정리해 두었다
상업영화 : 봉 감독님이 수백억으로 만든다
독립영화 : 내가 천만원 내외로 만든다
상업영화는 마스터급 감독이 수백억으로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한다. 조명, 카메라, 음향 등 최고의 전문가들이 작업하기에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즐겁다.
독립영화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감독이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탭들과 최저 예산, 최단기간으로 작업하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타이밍에 몰래 나가야 할지 몸을 들썩이게 된다.
상업영화 : 버스, 지하철, 네이버, 구글 등 눈이 가는 모든 곳에 도배한다
독립영화 : 감독 본인의 SNS 계정을 활용하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오늘 독립영화관 빌렸는데 혹시 와줄 수 있니?
상업영화는 제작비만큼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투여된다. 공신력 있는 출연배우들도 TV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한다.
독립영화는 독립영화 개봉관이 있지만, 개봉 여부가 불투명하다. 어떻게 보면 독립영화의 유일한 마케팅 수단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입소문으로 영화제를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독립영화에 도전하는 이유?
앞의 글들만 봐서는 필자가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맞나 싶다.
‘너 자신을 알라!’
객관적으로 볼 때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예술가의 객기’이다.
하지만, 인생과 예술은 가끔, 아주 가끔 예외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난한 청년이 왕이 되기도 하며,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기도 한다.
대표적 국내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3억으로 300억 원의 수익을 만들어 냈다.
해외의 경우,
‘콜린’<좀비 영화> 6만원으로 10억원을 ‘파노라말 액티비티’는 2천만원으로 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다시 냉정한 현실로 돌아오면,
99% 독립영화는 손익분기를 넘지 못한다. 당신의 기억을 스치는 ‘똥파리’, ‘소공녀’등도 손익분기를 넘지 못했다. 현재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KOBIS에 접속하면 언제든 독립영화들의 어마 무시한 흥행 참패를 내려다볼 수 있다.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99%의 실패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언급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독립장편영화를 만들고 있고, 매년 만들 예정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
-시나리오-
‘내가 만든 창작극 볼래? 셰익스피어의 현대적 각색을 볼래?’
상업영화는 성공한 스토리를 가져와 각색을 한다. 독립영화라는 작가주의를 내려놓으면 저작권이 만료된 수백 가지의 쓸 만한 '플롯'이 눈에 보인다. 필자 역시 이번 작업은 그 플롯을 가져와 각색에 집중할 예정이다. 작품의 저작권은 70년이다. 다행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모두 70년이 넘었다. 한국의 고 ‘김동인’, ‘현진건’ 선생님의 작품들도 모두 저작권이 만료되었다.
-검증-
시나리오의 검증을 위해 제발 지인들에게만 의견을 물어보지 말자, 당신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 싫어 이리저리 말을 돌릴 게 분명하다.
대신 트리트먼트를 소설의 형식으로 바꾸어 ‘웹 소설’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 공개적 검증을 받는 방법이 있다. 객관적인 댓글들이 송곳처럼 가슴에 파고들지라도 무관심한 조회수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도 독립영화를 완성해 상영관도 못 잡아 가슴에 대못 박히는 기분보다 유쾌할 것이다.
-공동작업-
공동작업은 때론 의견차이로 피로와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사람 상대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상업영화는 무조건 공동작업을 한다. 누군가 말했다. 프로는 하기 싫어도 그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라고, 독립영화제작도 프로처럼 싫고 불쾌감을 주는 일도 묵묵하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배우-
분명 인지도를 가진 배우를 섭외하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배우의 인지도와 상관없는 이야기, 즉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 ‘장르’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수월 할 수 있다. 쉽게 예를 들면 ‘공포물’이 있다. 공포물은 출연하는 배우보다 ‘장르’와 ‘배경’에 집중할 수 있기에 해외 독립영화 감독들은 ‘좀비물’나 ‘공포물’을 제작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국내 독립다큐영화로 눈을 돌리면 ‘세월호’, ‘워낭소리’등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케팅-
독립영화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케팅으로 누군가 버스, 지하철 광고를 말한 적이 있다. 홍보(PR)와 마케팅(Marketing)은 다른 개념이다. 분리해서 생각하고 홍보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광고전환율’을 고려하자. 구글링으로 ‘광고전환율’이라고 입력하면 된다.
독립영화의 주요 마케팅 대상은 일반인을 위한 시장(Market)이 아닌, 영화제와 지자체를 위한 시장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영화를 소비하는 주체는 최종 관객이 아닌, 관객을 가지고 있는 영화제나 지자체 혹은 특정 단체 일 수 있다.
"영화제에서 틀 수 있을 만한 영화를 만들어라!"
이 말은 영화제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인증과 투자-
독립영화를 만들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영화진흥위원회’의 행정적 부분이다.
독립영화를 만들었다고 독립영화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국영화/독립영화/예술영화 인증을 각각 받아야 한다.
그렇다! 세상 모든 것은 내가 아닌 남이 인정해줘야 인증이 된다. 심지어 우리가 흔히 쓰는 각자의 이름조차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누군가는 출생신고서를 작성했을 테니 말이다.
인증을 받으려면 조건이 필요하고 영화제에 상영되거나 사비를 들여 독립영화관에 상영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등록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인증이 필요할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매년 수 억 원을 지원받는 감독들은 위 행정 과정을 모두 충실히 이행하고 수십 장에 달하는 기획서와 반복되는 행정업무 처리를 군말 없이 수행하고 있다. 이번 작품이 아닌 다음 작품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인증과정과 행정서류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독립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히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 영화라는 아기를 낳아 먹이고 키우는 고단한 과정인 것이다.
내가 과연 그것들을 모두 잘 해낼 수 있을까?
독립영화감독들은 오늘도 시무룩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영화를 키운다.
*필자가 독립영화제작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유튜브 ‘1인 스스로 영화 만들기’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느정도 자본 투여가 가능한 경우, 국내외 영화제에 수상경험이 많은 감독 집단 밍글 mingle.or.kr로 문의하면 필자가 환한 얼굴로 맞아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