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반찬으로 고등어조림을
할 생각으로 마트에 갔다.
고등어만 얼른 사서 계산대에 왔는데
계산대에서 마주한
꼬부랑 할머니
급하게 집에 손님이 온다고
소고기 구이용 두 팩을 사서
계산하는 직원분께
'질기면 바꾸려 올 거야' 하시는데
그 말에는
부드럽고 맛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먹던 고기를 바꿀 수 없는 걸
모르지 않을 터이니.
이 저녁에 소고기를 먹이고 싶은
귀한 손님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불쑥
'젊은 양반
등심이면 안 질기나?'
또 내게 확인하고 싶으셨는지
물으시는데
쓱 보고 마블링이 잘게 섞여 있는 걸 확인하고
'괜찮을 것 같아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곧바로 조금 후회가 되었다.
더 확신해 찬 대답을 해드릴 걸
맛있는 고기 같다는 리액션을 해드릴걸...
할머니가 큰맘 먹고 이 저녁에 소고기를
사러 오신 것일 땐데...
할머니는 소고기를 맛있게 드셨을까?
내 짐작으로는
그 귀한 손님 입에 소고기가 들어가는 것만 봐도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을 것 같다.
그 손님이 맛있어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면서 말이다.
이힛+
0803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