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그림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여름 Aug 03. 2023

소고기 두 팩

퇴근길 들린 마트에서

저녁 반찬으로 고등어조림을

할 생각으로 마트에 갔다.

고등어만 얼른 사서 계산대에 왔는데


계산대에서 마주한

꼬부랑 할머니


급하게 집에 손님이 온다고

소고기 구이용 두 팩을 사서


계산하는 직원분께

'질기면 바꾸려 올 거야' 하시는데


그 말에는


부드럽고 맛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먹던 고기를 바꿀 수 없는 걸

모르지 않을 터이니.


이 저녁에 소고기를 먹이고 싶은

귀한 손님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불쑥


'젊은 양반

등심이면 안 질기나?'


내게 확인하고 싶으셨는지

물으시는데


쓱 보고 마블링이 잘게 섞여 있는 걸 확인하고

'괜찮을 것 같아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곧바로 조금 후회가 되었다.


더 확신해 찬 대답을 해드릴 걸

맛있는 고기 같다는 리액션을 해드릴걸...


할머니가 큰맘 먹고 이 저녁에 소고기를

사러 오신 것일 땐데...


할머니는 소고기를 맛있게 드셨을까?

내 짐작으로는

그 귀한 손님  입에 소고기가 들어가는 것만 봐도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을 것 같다.

그 손님이 맛있어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면서 말이다.

이힛+


0803의 하늘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자꾸 내 눈에 아른거리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