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올디 Sep 13. 2024

우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내가 생각한 저출산의 이유

최근 우리나라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다.

바로 '출산율'이다.

우리는 최근 대략 합계 출산율 0.7명 수준의 아이를 낳는다.


 나 또한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데, 한 명의 젊은 기혼자로서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은 아주 복잡하고 수많은 것들이 얽혀있다. 젊은 부부의 주거 문제도 있을 것이고, 금액적 문제와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집과 어느 정도의 돈과 제도를 뒷받침해준다고 해서 지금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을까? 나는 이 부분에 있어 회의적이다.


 나와 아내는 아이를 낳을지 말 지 고민할 때 항상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아이가 주는 행복이 또 있다고 하셨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항상 육아에 지쳐있는 것 같았고, 돈에 허덕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와 나는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할 수 있어도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도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부분에서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는 것을 망설이게 되었다.


 많은 부부들이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좋은 집과 돈은 물론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겠지만, 그럼에도 과연 진짜로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교하는 문화와 올려치기 문화 때문은 아닐까.

 내가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나와 물리적 거리가 먼 사람들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삶은 주변 이웃들의 삶이나 내가 존경했던 인물의 삶 또는 내가 되고 싶은 롤모델의 삶이었다. 바꿔 말하면 내 비교 대상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동네 이웃들은 비슷비슷한 삶을 살았다.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지고 비슷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산다고 해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SNS가 발달되어 글로벌하게 소통이 가능하다. 이 점은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었지만 우리의 비교대상 또한 전 세계적으로 넓어졌다.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 중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서 해외여행을 다니며 놀고, 비싼 옷과 비싼 차를 몰며 사치를 부리는 모습을 보게 되고, 또 누군가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갖고 멋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되고 이전에는 평범해 보였고, 누구나 이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던 내 삶이 초라해 보이게 되었다.

 또한 잘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내 자식에게 저런 삶을 살게 해 줄 자신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이렇듯 SNS의 발달로 서로 간의 적나라한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이런 비교를 하다 보니 이제 평범했던 것은 초라한 것이 되어버렸고, 성공한 삶만이 정상적이고 옳은 삶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해 기준을 상당히 올려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령 아이를 가지려면 월 얼마 정도는 벌어야 한다거나, 집은 수도권 기준 몇 평 정도는 살아야 한다거나, 차는 어느 정도를 타야 한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기준이 생겨버렸다. 이런 높은 기준은 대다수의 젊은 부부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차고, 또한 정부에서 주는 제도적 이득으로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아주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전유물이 되어버렸고, 그 높은 기준에 미달된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것은 일종의 죄악처럼 여겨졌다. 가령 '능력도 없는데 애를 낳았다'라는 SNS 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신혼부부에게 주거지원과 자녀 출산 시 지급되는 어느 정도의 보조금 등의 정책지원만으로는 아이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인생의 아주 큰 결단이다. 이런 큰 결단을 할 때 우리는 보통 많은 것을 생각하고 따져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금전적인 지원만으로는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금전적인 측면도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겠지만, 현재 사회 분위기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SNS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SNS를 소비하는 젊은 층에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평범한 사람들이 무시받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0. 브런치 작가가 된 소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