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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3대 회귀 본능

by 멈가


내 생각엔 사람에겐 세 가지 회귀 본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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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아날로그로의 회귀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은 옛것을 완전히 끊지는 못한다. 향수 때문인지 각인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아날로그를 찾는다.

예를 들어, 필름 카메라가 있다. 나는 여행 갈 때면 늘 필름 카메라를 챙긴다. 1억 화소 센서가 탑재된 카메라가 나오는 시대에 불편한 필름 카메라를 쓴다. 이성적으로는 이해 불가능하다. 라이카에서는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생산하고, 펜탁스에서는 오래전 중단했던 필름 카메라를 재출시했다. 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 외에도 그림 그리기, 글쓰기 모두 아날로그적인 행동이다. 한쪽에서는 AI를 사용해 논문을 쓰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머리를 짜내며 펜을 쥔다. 서점에는 『강원국의 책쓰기 수업』이 매대에 떡하니 올라와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이 쓰시던 필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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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자연으로의 회귀이다.

숲과 산이 모두 사라지고, 거대한 공기 청정기가 지구의 산소를 책임지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있다. 끔찍하다. 그런 세상은 아무도 원치 않을 것이다.

도시 사람일수록 자연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 굳이 캠핑을 떠나 고생을 사서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도시에 공원과 녹지 조성에 진심인 걸 볼 수 있다. 자연을 파괴해 도시를 만들고, 이제는 다시 자연을 조성한다. 나는 사람이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고 믿는다.

인간은 약 30만 년 동안 자연 속에서 살아왔으며,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도시 국가의 출현은 불과 5천 년 남짓 전의 일이다. 어떻게 자연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센트럴파크, 위키백과

세 번째는 만취 후 집으로의 회귀 본능이다.

일명 귀소 본능, 나를 몇 번이나 살렸다. 대학생 때는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지 모르겠다. 기억은 없는데 눈 뜨면 늘 침대였다. 덕분에 매번 살아서 돌아왔지만, 이제는 발동될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건 차마 참고 사진을 넣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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