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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Nov 05. 2024

항생제 덩어리

돼지++ 껍데기 37

직장 내 집합교육에 참여했다가 갑자기 치통이 심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데

함께 기쁨을 만끽할 수가 없었다.


치통인지 두통인지 밤새 끔찍한 통증에 시달린 뒤

아침에 진행팀을 찾았다.

진통제가 있냐고 물었더니

이것저것 약들을 찾아서 건네준다.


안면 있는 직원이 두통에는 타이레놀이 최고라며

자기가 가진 타이레놀을 건넨다.

개인적으로 진통제를 갖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현대 직장인의 필수품이죠 라며 웃는다.


다들 아프면서 사는구나.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사회생활하려고 출근하는구나.


돼지사육할 때 열손가락 마디마디에 항생제 주사기 끼우고

어린 돼지들한테 주사 맞혔다던 지인의 얘기가 생각났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모두들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으며 살쪄가는구나.


오늘 먹은 돼지 삼겹살도 모두 항생제 덩어리일 텐데

항생제를 맘껏 섭취했으니 당분간 아프지 않겠지.


여기저기 자꾸 아프니 약투성이 돼지++가 되어간다.

나중에 날 도축할 때가 되면

내 속의 염증은 잘 발라내고 도축해 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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