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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그리고 껍데기 3
연인들의 전화 한 통
돼지++ 껍데기 36
by
구르는 소
Nov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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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야?
- 갈라고. 이제 나왔어
그래 조심히 와
- 끝났어?
어. 아이들 밥을 먹었나 전화해 본 건데 애들한테 전화해 볼게
같이 사는 짝꿍과 퇴근하며 통화했다.
매일 하는 통화패턴이다.
통신사에서 새로운 인공지능 통화앱을 깔아보라고 하길래 깔았다.
통화요약을 스스로 하더니만 분류하기 좋게 제목을 달아준다.
이 A.I 통화앱 웃긴다.
결혼 23년 차 부부가 저녁 7시 48분에 통화한 녹음파일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늦은 밤, 서로의 귀가 상황을 걱정하는 연인들의 전화 한 통'
20년 넘게 결혼한 부부에게
연인
이라는 단어가 새롭다.
오빠, 연인, 러버, 달링, 애인, 허니, 자기, 우리 아기... 잊힌 지 오래다.
마누라, 여보야, 애아빠, 애엄마, 어이, 가끔 누구누구 씨...
종종
자기야~
는 하는 것 같다.
신혼 초 몸매로 돌아가자며 어제 다이어트를 서로 다짐했는데
오늘 선물로 받은 와인과 치즈를 까서 라면과 같이 먹고 있다.
라면흡입뒤엔 어제 사 온 빵도 먹을 참이다.
이게 삶이지. 결혼 23년차 돼지부부의 올바른 생활상이지.
다음부터는 이렇게 통화요약해라.
'배고픈 초저녁, 서로의 허기짐을 걱정하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돼지들의 전화 한 통'
그렇게 오늘도 돼지++부부의 껍데기는 두꺼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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