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1.첫 만남은 심드렁

by 작가이유리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고 파도는 찰랑 거렸으며 내 눈에는 그가 보였다.

그의 옆모습뒤로 붉은 노을이 아련하게 비출 때 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가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리가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는 걸 느꼈다.


"왜 울어요?"


"바다가… 너무 이쁘잖아요. “


붉은 노을이 지는 바다 저편을 보고 있는 게 눈이 부셨던 걸까.


아마도 앞으로 겪을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부딪혀 그렇게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기에

눈물부터 났던 건지도.





첫 만남은 심드렁


그곳 필리핀의 아닐라오를 방문하게 된 건 순전히 친구 때문이었다.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처음으로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것을 체험하러 간 것이다.

나는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것을 해볼 생각조차 안 했던 사람이었다.


아닐라오의 작은 다이빙 전문 리조트에 가게 된 나는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심드렁했다.


아니나 다를까 마닐라에서도 장장 1시간을 넘게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했기에

버스 멀미가 나서 그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려 리조트에서 나온 가이드가 다시 차에 태웠다.

이내 곧 해안 도로가 나왔고 바다가 보이는 길을 쭉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리조트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심드렁 한 마음을 뒤로하고 짐을 내리며 인사를 나누었다.


"예 안녕하세요"


한국인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짐을 챙겨 들고 반겨주었다.

친구는 나와 다르게 들떠 보였다.


친구가 누구를 보러 온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던 강사 중 한 명이었다. 원래 알고 지낸 사이였는지 반갑게 서로 인사했다.


나는 한숨을 내지 었다.


"흠.. 그런 거였군"


친구가 그곳으로 가자고 한 의도를 드러내자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남자 직원 둘이 리조트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허름하지만 그래도 깔끔해 보이는 침실이 있었고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리조트.

해안가에 썬배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내 심드렁한 내 기분이 조금 나아지고 있었다.


식탁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이닝은 필리핀특유의 감성이 느껴졌고

그곳에 일하는 필리핀 여직원들이 나와서 이내 인사를 건넸다.


"hi mam"

"안녕하세요"


서투른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니 무언가 모를 포근함까지 느껴진달까

어쩐지 그곳의 정취와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창문 너머로 바다가 바로 보이 객실에 짐을 풀고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래서? 목적이 뭔데? 이제 말해 볼까?"


"(웃음) 아니... 그.. 목적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다이빙하러 온 거지..."


친구는 솔직하지 못한 변명을 늘어대며 우물쭈물 해댔다.


"너의 목적이 다이빙이든 사랑이든 난 전혀 관여 안 할 테니까 너 알아서 하세요 ~~

난 진짜 휴식하러 온 거야 ~나 괜히 복잡하게 껴들게 하지 마 알았지?"


사실 친구는 한국에 약혼자가 있었다. 집안이 정해준 약혼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친구가

마지막으로 도피 여행을 선택한 것이라 미루어 짐작했다.


"네가 복잡할게 뭐 있어~~ 그냥 즐겨 그냥 푹~~ 쉬어 그럼 돼~(웃음)"


친구는 너스레를 떨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똑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남자가 말했다.


"손님 저녁식사는 몇 시쯤 드릴까요?"


그러고 보니 버스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그녀의 배꼽시계가 음식을 기다린다는 걸 느꼈다.


"어~ 좀 빨리 먹을 수 있을까요?"


방문을 열지 않고 큰소리로 답했다


"손님 잠시 방문 좀 열게요~"


"예?! 앗 잠 잠시만요~"


너무 편하게 하고 널브러져 있던 둘은 왜인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웃음) "


남자 직원이 싱글 생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식사는 요청하신 대로 가재요리, 새우요리로 드릴 건데 혹시 한식 드시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저희

식당 직원이 한식도 잘하거든요"


"아... 한식"


전날까지 한식을 지겹게 먹었는데 필리핀에 까지 와서 먹을쏘냐


"아뇨 그냥 현지식으로 먹을게요 "


"아.. 네.. 네! 그럼 준비되면 부를게요 천천히 쉬고 계세요~"


"네 (웃음)"


방문이 닫히고 남자 직원이 나가고 난 뒤 둘은 웃음이 나왔다


"뭐지? 금방 당황한 거 봤어? 당연히 한식 먹을 줄 알았나?"


"그러니깐 ㅎㅎ 왜 때문인지 당황한 기색? 자기가 먹고 싶었던 거 아니야?"


까르르까르르


어느새 기분이 풀려 친구와 수다를 이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어느덧 넘어가 어스름 어둠이 깔렸다.


둘은 방에서 나와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깔린 바다, 파도소리, 들리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다이닝의 전등이 아기자기하게 켜지고 맛있는 음식이 차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