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S 엄마와 함께 사는 이야기
학생 때는 학교 일, 대학생 때는 이성관련 문제나 교수님 일,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 일과 관련해서 부모와 상의할 일이 많다. 특히 같은 여자인 엄마와는 시시콜콜 자질구레한 일들로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자주 있기에 사생활의 85%정도는 공개하며 자란 것 같다. 가장 가까운 가족, 그 중에서도 엄마라는 존재와 밀접한 소통을 하고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는 건 너무 좋다. 그러나 성향 차이가 너무나 이것저것 다 말하고 싶다가도, ‘에이 안 말해’하면서 접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근데 그건 너가 잘못한 거잖아
나는 때로는 무조건적으로 딸인 나의 편을 들어주고, 공간해주는 엄마가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다독여주고 같이 아파하거나 속상해하고 나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해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공대 출신의 파워S인 엄마는 예체능 N인 딸의 마음을 모르는 듯, 객관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러곤 해결방도를 모색하고 제시하면서 동시에 나의 잘못 및 오류를 지적한다. 그럴 때마다 무척이나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조금 지나 감정이 수그러든 다음 조언해도 늦지 않잖아!! 지금은 그냥 내 말을 들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면 안 돼? 이 상황에서 굳이 뭐라고 더 말을 해야겠어?
부모라면 응당 다들 그럴 것이다. 나의 자식이 가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밖에서는 그러지 말기를 바라며, 쓴소리를 머금고 한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가 엄빠한테 이야기를 하는지 알면서도 잔소리부터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서로 어떤 마음으로 말하는 지 어렴풋이 안다. 그러면서도 잔소리하고 꾸중듣고 서운해하다가 냉랭해지는 건 거의 대한민국 부모와 자녀 간의 공식과 같다. 서로 어색해진 기류를 느끼는 첫 날, 츤츤거리며 아침밥을 차려주기는 한다. 물론 같은 밥상에서 먹지는 않는다. 볼멘소리로 작게 “즐므그씀미드” 들릴듯 말듯 넌지시 말하고 식사를 마치면 방으로 들어가 문을 퉁명스럽게 닫는다. 화내고 싸우고 혼나기는 했어도 밥은 챙겨주시고 또 그런 식사를 받아먹기는 하는 게 K-자녀 국룰.
그리고 서로 왜 싸웠는지는 점점 흐릿해져가지만 자존심만 남은 둘째 날, 이야기 할 타이밍을 찾으면서도 먼저 하자고 하기는 싫다. 뭔가 괜히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잘못해서 사과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끌자니 다가올 가족행사(혹은 약속)이 신경쓰인다. 결국 누구 하나 양보해서 이야기할 타이밍을 가지고 서로의 입장에서만 대변하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자칫하여 2배로 갈등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용돈형 자녀들은 먼저 굽혀들어간다. 특히 용돈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상황 종료.
특히나 엄마와 딸이 MBTI(과몰입 요정은 아니다)가 완전 다르며 그 갈등상황이 일어나는 빈도수가 굉장히 높다.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줬으면 하는 딸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논리를 따져봤으면 하는 엄마와 같은 경우라면 말이다.
그치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딸도 이번 생에서의 엄마 자녀로써 처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나이를 좀 더 먹고 삶의 지혜가 있는 엄마조차도 실수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흡수해야할 지식과 지혜가 많은 웃어른을 진심으로 존중해야한다는게 요즘 내 생각이다. 부모의 이름을 부르며 “스티브!”하는 서양문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어쨋거나 한국가정 내의 부모만의 장점이 있고 그러한 정과 사랑 안에서 우리들이 이만큼 신세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