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미드
8% / 500ml
올해 1월의 일이었다. 나에게 최애이자 단골이고 거의 매일 방문하는 한식주점이 있는데, 사장님이 곧 벌꿀 와인이 새로 들어올 거라는 말을 해주셨다. 세상에, 한국 와인이라니! 그것도 벌꿀이라니! 손꼽아 기다리다가 들어오자마자 먹어 본 아카시아 미드.
맨 처음에 먹어본 아카시아 미드는 배치(batch) 2번이었다.
한식주점이라 막걸리나 청주 같은 술들이 그득 차있는 사이에서 어딘가 귀엽고 슬림한 디자인에, 서양 와인병과 같은 진한 색의 와인병이 반갑게 느껴졌다.
와인 효모로 산미를 살린 semi-dry버전이라고 하는데 천연 아카시아 꿀이 30% 들어가, 굉장히 진한 벌꿀향을 느낄 수 있었고 솔직히 내 입맛에는 조금 달게 느껴졌다.
그리고 일주일쯤 뒤에 가게 간판에 글씨를 적어주고 선물로 받은 배치 3번 아카시아 미드. 샴페인 효모로 산미를 극대화시켰다고 하는데,
확실히 배치 2번보다는 덜 단 느낌.
화이트 와인 같은 청포도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맛.
그래도 아직 어딘가 아쉬운 기분이었는데. 이번 4월에 먹었던 4번 배치가 그 아쉬움을 채워 주었다!
4번 배치는 샴페인 이스트를 사용해 발효한 ‘dry’ 버전으로 첫 입을 먹자마자 이거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과 은은한 아카시아 꿀 향, 기분 좋은 산미가 식전주로도 좋을 느낌.
그리고 내가 그날 먹었던 셰프 특제 매콤 오일 감바스 파스타는 4번 배치와 최고의 마리아쥬를 보여줬다.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나는 그 맛..)
그동안 여러 배치를 거쳐 결국 맛있는 미드를 완성해 내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양조장도 조금 알아보기로 했다:)
아카시아 미드를 만든 코아베스트 브루잉은 김포에 위치해 있다. 알고 봤더니 국내 최초 우유 증류주인 타락 40을 만들었던 곳. (우유 증류주라니! 이것도 꼭 먹어보고 싶지만 우유 수급 문제로 지금은 제조가 일시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사장님의 인스타를 슬쩍 방문해 봤더니 증류주에 상당히 진심이신 듯하다. 오크통도 해외에서 수입해 오시고, 꿀과 우유뿐만 아니라 사과나 쌀을 이용해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술을 만들고 계신다.
예전에는 술을 맛으로만 즐기다가, 요새는 만들어진 역사와 과정까지 공부하고 있다. 알고 난 뒤 마시니까 그 자잘한 차이들이 술맛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느낄 수 있어 즐겁다.
이런 변화들을 앞으로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은 네이버 스토어 품절 상태이지만 포트미드 (미드에 벌꿀 증류주를 추가하여 오크통에서 추가 숙성한 제품)도 있다고 하니 포트 처돌이인 나는 언젠가 이 미드도 꼭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