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시작
정확한 자세의 합장과 반배, 그리고 절의 순서와 절을 하는 방법까지 정확한 예절 교육 시간이 진행되었다. 팀장님의 자세를 따라 하며 우리는 연거푸 연습 절을 하기 시작했다. 절의 순서는 이러했다.
'반배 - 첫 번째 절 - 두 번째 절 - 세 번째 절(합장을 더한) - 반배'
팀장님이 두들기시는 목탁 소리에 여러 번, 여섯 명 중 세 명이 두들기는 목탁 소리에 또 각각 세 번씩 절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팀장님이 치는 죽비 소리에 여러 번, 나머지 세 명이 치는 죽비 소리에 또 각각 세 번씩 절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는 목탁과 죽비 중 죽비를 체험했는데 내가 치는 동안에는 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목탁 소리와 죽비 소리 없이까지 마음속으로 그 박자를 세어가며 절을 하는 연습까지 끝내자 쉬는 시간 없이 몰아쳤던 절의 행진에 어리둥절하게 앉아 쉬었다.
날이 너무 더웠던 탓에 사찰 소개는 4시 이후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해우소에 다녀올 사람은 다녀오고 잠시 10-20분 정도 쉬고 나가자고 했던 팀장님은 1-2분 만에 다시 방으로 들어와 이야기 꽃을 피우셨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느꼈던 거지만 팀장님은 자신의 10년 배움의 말들을 우리에게 정말 모두 전달하고 싶으셨던 눈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휴식 시간 없이 팀장님의 얘기를 들어야 했다. 얘기를 듣지 않았던 시간은 자는 시간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 부분도 자기 직전까지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팀장님의 말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자 어느덧 네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 되었다. 각자 모자를 챙겨 들고 교육원을 나섰다. 사찰과 교육원은 산책로를 통해 있었는데 걸어서 1-2분 정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사찰에 들어서자 이제야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본 봉녕사는 꽤나 크고 멋졌다. 잠깐 팀장님의 설명과 더불어 봉녕사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봉녕사는 승가대학과 대학원이 있으며 비구니 사찰이라고 한다. 때문에 봉녕사에는 남자라고는 단 둘 뿐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본인이라고 소개했다.
아무튼 현재는 방학 기간이기 때문에 대학 건물은 공사 중에 있는 듯 보였다. 대학 건물인 우화궁을 지나 범종루 앞으로 모였다. 범종루에는 커다란 대종을 포함해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목어(나무로 된 물고기), 운판(구름이 그려진 석판), 법고(범가죽으로 만든 북)가 있었는데 아침에 28번 저녁에 36번을 친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 종을 칠 때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동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팀장님은 굉장히 많은 스토리를 말씀해주셨다.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얘기였지만 더운 날씨에 인터넷 강사 같은 목소리를 가진 팀장님의 말은 그 당시에는 듣고 흘려버리기 좋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의 짧은 기억력을 믿지 못해 도움이 되고자 봉녕사 홈페이지 소개글과 함께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팀장님이 말한 스토리에 관련한 내용이 이미 소개에 적혀있었다.
짧게 금라라는 건물이 카페(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운영)라는 걸 소개해주신 뒤 이번에는 대적광전으로 이동했다. 대적광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자상을 지나는 길이 있었는데 해당 길을 지나기 이전에 꼭 합장을 한 뒤 반배를 하고 한 줄로 이동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팀장님을 따라 반배를 한 뒤 한 줄로 이동했다. 대적광전은 비로자나 부처를 모시고 있는 법당으로 좌로는 노사나 부처 우로는 석가모니 부처를 모신다고 했다. 법당을 들어가는 방법과 절하는 순서 그리고 나오는 방법까지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0. 신발은 선을 지켜 나란히 두고 우산과 모자 등의 소지품은 밖에 가지런히 모아둔다.
1. 부처상을 등지지 않고 앞을 향한 채로 들어간다.
2. 좌복을 가지런히 놓고 절대 발로 밀거나 발로 차서 방향을 이동하지 않는다.
3. 부처상을 보고 절을 하고 (상단에 절을 하는 방법에서와 같이) 좌측의 신중단을 향해 절을 한다. 그리고 우측의 영가를 향해 절을 한 뒤 마지막으로 스님을 향해 반배를 한다. (스님이 계실 경우)
4. 마지막으로 좌복을 가지런히 원래 위치했던 자리에 두고 부처상을 등지지 않은 채로 밖을 나온다.
5. 문을 닫을 때는 한쪽 손으로 문을 잡은 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닫는다.
저녁 예불을 하기 전에 우리는 대적광전에서 연습을 했고 결국 그렇게 또 절을 10번가량 하게 되었다. 그래도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법당의 뒤편이라던지 위패를 모셔둔 장소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꽤 기억에 남는 체험이었다.
대적광전에서 나오자 저녁 공양할 무렵이 되었다. 사실 절밥에 대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수도 없는 절 연습을 덕분에 배가 굉장히 고팠기 때문에 저녁 공양 시간이 왔다는 것에 크게 기뻤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찰에 온 이래 가장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적실로 향했다.